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삼성, 떡값 그리고 노회찬 /강동수

뇌물 주고받은 죄와 그걸 까발린 죄 어느 것이 더 클까

"까불면 다친다"가 통하는 두려운 세상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 딸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이동통신 대리점에 갔다가 기자까지 덩달아 새 휴대전화를 장만했다. 좋은 조건으로 주겠다는 주인의 꼬드김에 넘어갔던 거다. 멀쩡한 전화를 바꿔 찜찜했지만 온갖 최신 기능이 장착된 새 전화에 마음이 빼앗겼다. 아이의 훈수를 받아 이런저런 기능을 실행하며 감탄을 거듭하다 문득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휴대전화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잡아먹었을까 하는.

휴대전화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시계를 잘 차고 다니지 않는다. 고화질에 캠코더 기능을 갖춘 카메라가 내장돼 있으니 굳이 사진기를 살 필요도 없다. 뮤직 플레이어 기능이 있으니 녹음기도 사라졌고 음반도 잘 사지 않는다. 전자도서 기능 때문에 책도 마찬가지. 휴대전화에 새 기능이 하나 생길 때마다 관련 산업들이 우수수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시계회사가 무너지고 사진점이 사라지고 음반·출판시장이 위축되고…. 국부의 1/5에 가까운 200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삼성전자의 고용 기여도는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들고 있는 최신형 휴대전화가 고용시장을 빨아먹는 블랙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소름이 끼쳐졌다.

IT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공업자들이 기계 파괴에 나선 19세기 초의 러다이트 운동을 되풀이하자는 것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지하철과 버스에서 휴대전화에 코를 박은 젊은이들이 그 휴대전화 때문에 제 일자리가 줄어드는 자본주의적 약육강식 구조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궁금해진 것도 사실이다.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삼성은 휴대전화를 팔아 모은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 삼아 한국사회의 성역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지분을 불법으로 상속해도 시늉만의 처벌에 그쳤다. 떡값을 정·관계와 검찰에 뿌려 공직사회를 오염시키고도 멀쩡하다.

잠깐 떠올랐다가 잠복했던 이런 단상이 다시 의식의 표면으로 부상한 것은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때문이었다. 그는 2005년 8월 옛 안기부가 불법 도청한 'X파일'을 근거로 '삼성 떡값 검사' 7명을 실명으로 공개했었다. 검찰은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2심이 유죄와 무죄로 엇갈리더니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돼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삼성과 검사들이 뇌물을 주고받은 받은 죄가 더 크냐, 그것을 까발린 죄가 더 큰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엔 대법원의 판결을 성토하는 네티즌의 글이 넘친다. 그런데 한 고교 교사가 인터넷 매체에 올린 글이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이들의 반응이 이렇더라는 거다. "선생님, 그 의원의 가장 큰 죄가 뭔 줄 아세요? 감히 삼성에 맞섰다는 거예요. 대통령도 함부로 못 하는데 한낱 국회의원이 상대할 수 있겠어요? 어림 없는 일이죠."

그렇다. 고등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는 진실(?)을 노회찬만 몰랐다는 게 죄라는 것 아닌가. 이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따로 있을 것이다. 누구든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얻은 정보를 공개·누설하면 처벌받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이 엄존한 것도 사실이다. 기계적 법률 해석에 따르면 노회찬은 유죄일 수 있 다. 그런데 그가 거명한 검사들은 증거 불충분과 공소시효 만료로 죄다 무혐의 처리되지 않았던가. 물론 삼성도 무사했다. 이러니 검사가 검사를 상대로 한 수사가 제대로 됐겠느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 한심한 것은 검사들을 무혐의 처리하고 비리 의혹을 공개한 기자와 국회의원만 기소했던 수사 책임자가 박근혜 새 정부의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대목이다.

법률조항이야 어떻든 이렇게 본말이 전복되고 가치가 전도돼서야 국민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사법 정의란 게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삼성에 맞선 죄'가 과연 국회의원 자리를 박탈당해야 할 죄일까. 오늘도 삼성은 휴대전화를 팔아 번 돈으로 철옹성 같은 성역을 쌓고 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우리를 건드리면 국회의원이건 누구건 한 방에 날아간다'는 심리적 검열 효과인지도 모른다. 고등학생조차 감히 삼성에 맞서면 큰일 난다는 걸 뼛 속 깊이 각인하고 사는 사회, 비리는 덮어주고 비리를 까발린 죄만 처벌하는 세상이 두렵고 두렵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0. 10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6. 6[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0. 10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7. 7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9. 9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