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한국의 예술은 대개 중국에서 들여온 경우가 많았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문화의 여러 분야도 선진국에서 상대적인 후진국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우리의 전통음악도 당시의 선진국이던 중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수입해왔다. 악기부터 조율체계, 또한 곡(曲)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것이 송나라 때 들여온 아악이다. 아악 중 공자를 제사 지내는 문묘악은 아직도 원상태로 연주되고 있다. 그런데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희한한 일은 끊임없이 한민족에게 영향을 준 중국의 전통음악과 우리의 음악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판소리나 산조 등 민속악은 말할 것도 없고, 궁중에서 연주되는 정악도 그러한데 역대 임금의 제사음악인 종묘제례악만 해도 중국의 음악과는 천양지차이다.
대표적인 음악이 수제천이라는 곡이다. 원래 고려시대 '정읍사'라는 시에 붙어있던 곡이었는데 조선 세종 때 궁중음악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이 곡은 필자가 들어본 어떤 음악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우며 형이상학적이다.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등의 전통음악과 구별되는 한국 음악만의 특징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떨림 즉 비브라토(국악용어로는 요성(搖聲) 또는 농현)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수제천에서 사용되는 한국적 떨림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가장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세련된 음악적 표현방식이다. 특히 피리의 울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음악 전공자로서 우리의 아악은 중국의 전통음악보다 '한 차원 높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국내보다 외국학자들 사이에서 평가받고, 또한 연구되는 음악이 바로 한국의 전통음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대 우리 국악의 이론체계를 수립한 이들 중 많은 이는 서양 음악학자들이었다. 또한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 전통문화를 말살하려 할 때, 우리 전통음악 특히 아악의 가치를 알고 지켜낸 이는 일본의 음악학자인 다나베 히사오였다. 그는 일본 궁내부에서 정악의 존폐를 가름 짓기 위한 보고서를 요구했을 때 '수제천을 듣고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전 세계에 조선만이 가진 인류의 문화유산이고 일본에는 이만한 음악이 없음을 한탄한다. 이를 없애는 것은 인류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한다. 그만큼 우리 전통음악은 전 세계의 전통음악 가운데 가장 빛나는 보물이다. 정악 외에도 전통음악의 보물이 널려있다. 시조창, 가야금 산조, 판소리 등은 외국의 민요수준이 아니다. 차원 높은 예술의 경지에 이른 우리의 전통적 음악 장르들이다. 우리 민족은 특별한 음악적 DNA를 타고났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필자의 대학 시절 땐 선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노래 부르는 게 술집문화였다. 2차 자리는 거의 노래방이었다. 우리에게 놀이는 결국 노래였던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국인들이 줄줄이 입상했다는 소식은 이제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서양음악이 들어온 지 불과 1세기 만에 벌어지는 일들이고, 전국의 유명대학에는 거의 음악전공 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오디션 열풍이 불자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수많은 음악 영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어권 이외의 나라에서는 꿈조차 꾸기 힘든 빌보드 1위를 넘보는 가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의 바탕에 한국인의 특별한 음악적 DNA가 있다고 한다면 무리일까?
팝송으로 대변되는 대중음악은 현대 미국의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들의 음악적 감수성이 없었다면 미국의 팝음악은 존재하지 못한다. 미국은 흑인들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 한국인에 내재되어 있는 음악적 DNA를 발산할 때가 말이다. '강남스타일'은 시작일 뿐이다. 예전 스웨덴의 '아바'라는 그룹이 전성기 때 번 돈이 한해 스웨덴 전체 수입의 1/3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비틀즈는 20억 장의 음반을 판 것으로 추산된다. 장당 1만5000원으로 계산하면 음반 판매수입만 30조다. 여기에 저작권료, 공연수입을 더하면 천문학적 액수에 이른다. 음악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다. 음악은 곧 경제이며 산업이다. 한국인의 음악적 DNA를 발산시켜야할 숙제, 이것은 비단 음악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동의대 음악과 교수·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