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원양어선 선장 출신의 여행기에 나온 이야기. 사모아 피지 등 남태평양 섬나라에는 한국 일본 대만 선원들의 왕래가 잦았다. 선원들이 힘든 조업을 마치고 상륙해 술을 마시다 보면 현지 청년들과 시비붙는 일도 다반사. 그런데 선원들이 두들겨맞고 돌아오면 한국과 일본·대만 동료들의 반응이 다르다. 한국은 모두들 큰소리 치며 금방이라도 복수할 듯 몰려가지만 막상 부딪치면 꼬리를 내린다. 반면 일본·대만은 중무장한 채 쳐들어가 철저하게 응징한다고. 현지인들이 한국 선원들만 만만하게 보는 이유다.
필리핀에서는 한국인을 가리켜 'ATM(현금인출기)'이나 '마사랍 코리아'라고 비꼰다. 건드리면 자동으로 돈이 나오는 ATM처럼 '맛있는 한국인'이라는 뜻. 필리핀 이민국 공무원이나 경찰은 걸핏하면 한인업소를 찾아와 손을 벌린다. 처음부터 뇌물로 그렇게 길을 들인 장본인이 한국인이니 자업자득이랄밖에. 그나마 돈만 노린다면 다행. 최근엔 한국인이 인종증오 범죄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지난 25일 호주 브리즈번 인근 소도시에서 28세의 한국인 남성이 집 근처에서 백인 청년 2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피투성이가 됐다. 호주 경찰의 반응이 우리를 더 화나게 한다.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한데 아시아인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멍청하고(stupid) 어리석다(silly)." 이런 경찰에게 범인 체포를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 호주에서는 지난 9, 10월에도 각각 30대 한국인 유학생과 회사원이 집단폭행을 당했다.
'백호주의' 호주 청년들이 한국인만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닌 것 같다. 2009년에는 인도 유학생이, 올 4월에는 중국인 유학생 2명이 피해자가 됐다. 어쨌든 우리는 호주에 3만여 명의 유학생을 보내고 있다. 호주 유학산업의 '봉'노릇을 하면서 두들겨맞기까지 하니 돈 주고 뺨 맞는 격이다. 비싼 돈 들여 호주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영어 배울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없을까. 물론 호주 정부에 대한 강력한 항의는 당연히 있어야 할 터. 2009년 인도 유학생 집단폭행 직후 호주 주요 도시에서 인도인들이 항의시위를 벌였고, 인도 본국에서는 호주 총리 화형식까지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