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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엄격한 국민, 엄격한 정부 /유일선

떼 쓰고 응석부리는 재정난 지자체·공기업…'연성예산' 퍼줄 정부, 유권자는 표로 막아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1-04 19:37:2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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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보통 부모에게서 용돈을 타서 쓴다. 대부분은 용돈의 액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규모에 맞춰 소비를 조절한다. 그런데 간혹 씀씀이가 예산을 초과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첫째 친구나 아는 이에게 돈을 빌리는 방법이 있다. 신용을 잃고 싶지 않다면 다음 달 용돈을 절약해서 제때에 빚을 갚을 것이다. 부모에게 '떼를 쓰는' 방법도 있다. 대부분 부모는 못 이기는 척 돈을 내주고 엄격한 부모가 아니라면 대개 되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모자란다 할 때마다 떼에 못 이겨 부모가 계속 추가 지불을 한다면 아이는 떼만 늘 것이고 씀씀이는 헤퍼질 것이다. '일정한 용돈'이라는 약속의 틀이 흐물흐물해지고 결국 부모는 떼 잘 쓰는 '응석받이'를 키운 꼴이 된다.

경제학자 코르나이(Kornai)는 이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가지고 사회주의 경제의 몰락을 설명한다. 사회주의의 기업들은 예산이라는 제약조건을 엄격하게 지킬 필요가 없었다. 투자에 실패해도, 경영을 제대로 못 해 적자가 심화돼도 걱정이 없다. 사후에 중앙정부와 협상을 잘하면, 즉 '떼'를 잘 쓰면 대부분 적자부분을 보충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초기의 예산 조건들이 엄격(강성)하게 지켜지지 않고 사후에 쉽게 조정되는 것을 '연성예산제약'이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영기업은 과도한 투자와 비효율적인 경영을 일상화한다. 기술혁신의 동기도 없다. 다만 부족 예산을 잘 타내기 위해 상급기관의 비위만 맞추면 된다. 그러니 부정부패가 창궐하고, 기업들은 생산요소를 펑펑 쓰고도 생산량은 형편없어 국민은 만성적인 상품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도처의 '응석받이'(기업)들이 어떻게 '부모'(중앙정부)에게 돈을 더 타낼 것인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럼 자본주의 사회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가? 많은 공공기업이 재무 건전성은 형편없으면서 직원이나 임원들의 상여금을 과다 책정해 비난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떼를 쓰면 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이 있을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4대강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했다는 수자원공사의 경우 그 이자는 고스란히 정부가 댄다. 이자액만 올해 3558억이라니 하루 10억 꼴이다. 수자원공사로서야 억울한 일이다. 사업비를 분산하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좀 줄어 보이지 않을까 하여 2009년 국토부가 4대강 사업 참여를 요구, 독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후에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손해를 보전해주리라는 계산이 없었다면 내리지 않았을 투자 결정이 아닌가. 이번에 한 대통령 후보가 4대강 사업의 즉시 중단과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 법은 수자원공사의 4대강 투자비 회수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강변을 따라 관광, 레저 시설 등을 설치하는 수익사업을 계획했던 것이다. 이제 이 법마저 폐지되면 수자원공사는 앞으로 또 몇십 년을 떼를 쓰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천시 재정난을 보라. 재정 적자가 10조에 이르러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자체장들이 유권자를 의식해, 혹은 개인적인 치부책으로 무분별하게 대형 사업을 남발한 탓이다. 역시 이제는 중앙정부의 개입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영국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칼레츠키는 '자본주의 4.0'에서 "위기가 오자 사회주의는 바로 몰락했는데 왜 자본주의는 이를 극복하고 새롭게 진화하는가?"라고 묻는다. 자본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잘못된 정부나 정책을 시정할 정기적인 기회, 즉 선거라는 제도가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코르나이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선거는 '떼쓰는 응석받이'에 끌려다니는 흐물흐물한 '연성예산' 정부보다 엄격한 정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선거의 계절이다. 무분별한 예산 집행, 과도한 개발 공약, 무책임한 민자유치 등으로 호감을 사고는 후에 떼를 써서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후보를 가려내는 유권자의 엄격한 눈이 필요하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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