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과 파크랜드, 그린조이는 모두 부산에 본사를 둔 중견 패션업체다. 세 업체 모두 수십 년을 이어온 전통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인디안을 대표 브랜드로 한 세정은 의류 매출만 연 1조 원을 넘을 정도다. 파크랜드와 그린조이 역시 전국적인 지명도를 확보한 부산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들 세 업체가 이번에 또 하나의 공통점(?)을 만들어냈다.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벡스코에서 열린 '2012부산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에 나란히 불참한 것이다. 처음으로 '부산국제산업용섬유소재전시회'가 별도로 열리기도 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에서 2300여 명의 바이어가 찾아 3억1500만 달러 상당의 구매상담을 벌이는 등 기대 이상의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같은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 향토 패션업체의 '집단 보이콧'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었다.
부산의 대표 산업인 신발과 섬유 전시회를 하나로 합친 이번 행사는 지역 최대 산업 전시회 가운데 하나다. 업계의 자발적 요구로 탄생한 이 전시회는 지역 신발과 패션 산업의 우수성을 알리고 외연을 더 확장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상당수 관련 업체가 이 전시회와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신발과 섬유패션 업계 종사자에게는 자부심 그 자체이기도 했다.
이런 전시회를 대표적 향토업체가 한꺼번에 외면한 것이다. 그나마 콜핑, 화승 등의 지역 업체가 자리를 지켜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정도다. 이번 일을 두고 대표적 향토 패션업체들의 참가 동기도 유발시키지 못하는 부산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1차적으로는 불참 기업들에 곱잖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들 세 업체가 불참한 이유는 참가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 규모로 봤을 때 한 번 참가하는 데 1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만큼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경기까지 겹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남는 것이 없어 참가할수 없다고 하는 기업을 마냥 나무랄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이런 변명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수긍할까. 연매출 1조 원을 넘나드는 중견 기업이 안방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표 축제에 예산이 없어 참가못한다고 하면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이번 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소 손해가 있더라도 이익의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접근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종업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산 시민들도 향토기업이라는 이유로 남다른 애정을 보내줬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민의 성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한 번 더 생각해봤어야 했다.
이런 비판이 당사자들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지역 사회 공헌 활동을 어느 기업 못지않게 활발하게 펼쳐왔기 때문이다. 세정의 박순호 회장, 파크랜드의 이동걸 회장, 그린조이의 최순환 회장은 모두 지역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더 컸는지 모른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형님 격인 업체가 끌어당겨주지 않으면 지역 패션산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