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언론을 통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안 후보 측은 음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특히 다운계약서를 둘러싼 문제는 안 후보가 직접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다른 건 몰라도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좀처럼 용인하지 못한다. 그중 하나는 병역 문제다. 설령 진짜 사정이 있어 군대에 못 갔더라도 이를 쉽게 용인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남성층은 당사자라는 측면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이 먹은 계층은 자식의 군대 문제 때문에 이를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두 번째 측면으로는 교육 문제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자식 키워본 사람이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문제다. 자식이 편법으로 학교를 들어갔거나 아니면 자식이 외국 국적이라는 소리라도 들리면 그 후보를 색안경 끼고 보기 시작한다. 세 번째는 바로 부동산 문제다. 우리나라 국민은 내 집 갖는 것이 인생의 목표일 정도로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지금처럼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도 전세 값은 천정부지로 솟고 더구나 반 전세 반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상황에선 내 집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만 돈이 문제여서 그냥 체념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문제는 유권자들의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데 안 후보의 다운계약서는 바로 이런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안 후보는 첫 번째 다운계약서에 대해서는 재빠르게 사과했다. 사안을 크게 만들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이는 분명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안 후보가 직접 사과하기는 했지만 32초간 사과만하고 기자들과 일문일답의 시간도 갖지 않은 채 회견장을 빠져나갔다는 데 있다. 물론 안 후보 측은 본래 그 자리는 장하성 교수의 캠프 영입 기자회견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에 안 후보가 오래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모습은 안 후보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 듣기 거북한 말들은 피한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행태가 자꾸 반복되면 불통의 이미지만 강화될 것이다. 소통의 이미지가 가장 강한 후보가 불통의 이미지가 강화된다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지만 국민들에게 노출된 시간이 짧은 안 후보의 경우 그만큼 이미지가 빨리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두 번째 다운계약서가 터졌을 때 안 후보 측의 대응이다. 안 후보 측은 지난번 사과에 갈음한다는 식으로 대응했는데 이것은 자칫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피해간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추석 민심은 그다지 안 후보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안 후보 측에 대한 음해성 네거티브 공세도 있지만 안 후보를 겨냥한 모든 공세를 네거티브라고 보기는 곤란하다. 더욱이 국민들에게 노출된 시간이 짧은 만큼 안 후보는 국민들에게 자신의 솔직하고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신비주의적 행보를 버리고 보다 언론 친화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 후보는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에게 정책 대결을 벌이자는 약속을 위한 만남을 제안한 적이 있는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안 후보의 행보를 보면 메시지는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문재인 후보는 전통시장을 찾아서 대형 마트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겠다는 구체적인 공약을 했지만 안 후보는 전통시장을 찾은 날 전통시장을 회생시키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라고 당위론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렇듯 정책적 구체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정책대결을 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쨌든 이제 시간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가 해야 할 일은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기준을 메시지가 아닌 정책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야 안 후보를 선택할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판단에 자신감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