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정한 342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뜯어보면 경기 둔화 대응과 건전재정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상충하는 정책 목표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불안하다. 내년도 성장률을 4%로 추계해 올해 예산보다 5.3% 늘려잡았지만 실제로 성장이 그만큼 따라줄지 의문이다. 자칫 세수 부족으로 주요 사업이 축소될 우려도 없지 않다.
납세자로선 5.3% 증액도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그 정도로 경기가 회복될 것인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차(利差)보전 방식으로 시중은행에서 6조7000억원을 빌려쓰면 실제 총지출 증가율이 7.3%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려니와 자칫 장부에 기재되지 않는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늘 우려도 없지 않다. 0.3%의 적자 재정을 편성함으로써 정부가 호언했던 2014년 GDP 대비 국가채무 30% 미만 달성 목표가 1년 늦춰진 것도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일자리 58만9000개를 만드는 데 10조8000억 원을 쓰고 사회간접자본에 23조9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고심이라 이해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유망 중소기업에서 청년 인턴자리 5만 개를 만들겠다는 계획 등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항목은 다시 다듬되 가능한 대로 일자리 예산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주택 부문을 뺀 복지 지출도 올해 보다 8.1% 늘려 잡았지만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0~2세 무상 보육 중단 같은 사태가 재발돼선 안 될 것이다.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여야의 공방이 치열할 것이다. 여야 모두 복지 확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예산이 부풀려질 우려가 크다. 정부안에 대한 손질이야 필요하겠지만 무턱대고 늘려선 안 된다. 따지고 보면 그게 모두 국민의 세금 부담이 아닌가. 복지 확대 기조는 지키더라도 불요불급한 지출은 최대한 깎아내 재정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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