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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감이 필요한 사회 /조준현

타인의 고통 둔감, 묻지마 범죄로…가정·학교서부터 역지사지 길러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9-05 19:59:2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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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것은 바로 '국부론'이라는 책 때문이다. 이 책에서 스미스는 우리가 저녁 식사를 굶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정육점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경제학이란 이기심의 학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도 꼭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이기심이라는 개념인데, 스미스가 말한 이기심이란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뜻이지 나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해도 좋다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사람들이 애덤 스미스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국부론'의 저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학자로서 스미스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에 앞서 나온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이다. 스미스 스스로도 이 책을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묘비에는 '도덕감정론의 저자, 여기 잠들다'라고 쓰여 있다.

'국부론'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이기심이라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엇일까? 바로 동정심이다. 물론 여기서 동정심이란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긴다는 소박한 의미를 넘어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뜻이다. 조금 세련되게 표현하면 동감의 원리, 또는 공감의 원리이다. 어느 대중가요의 가사를 빌리면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라고나 할까?

요즘 신문을 펼치거나 TV의 뉴스 채널을 틀기가 두렵다. 하도 끔찍한 범죄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도 범죄가 없었던 적이 없다. 돈을 노려서 사람을 해치거나, 사소한 시비가 큰 싸움이 되는 일은 지금까지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한 범죄들은 그 행태가 과거와 많이 다르다. 이른바 '묻지 마 범죄'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돈이 목적이라거나 특정한 누군가가 미워서 해친다면 그나마 범죄의 동기가 이해된다. 그러나 묻지 마 범죄는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조건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니, 언제 어디서 누가 피해를 당할는지 알 수 없어서 더욱 불안하다.

어째서 이런 범죄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것일까? 나는 그 원인을 우리 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둔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묻지 마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자신이 당했던 억울함을 표출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지, 자신의 범죄로 피해를 입은 이들과 그 가족들이 겪게 될 고통에 대해서는 생각할 줄 모른다. 자신의 고통과 불행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데 대해서는 분노하면서, 정작 자기는 자신으로 인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요즘 빈발하고 있는 성범죄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성범죄 그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그 대상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만삭의 임신부에까지 이르니 그 충격이 더욱 크다. 만약 범인이 그 어린이와 가족들이 평생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해 조금만이라도 공감하였더라면 차마 그런 범죄는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가 공감의 부재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무슨 칼부림 사건이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만이 아니다. 가령 학교 폭력이나 왕따의 가해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자신의 행동이 피해 학생에게 그만큼 견디기 어려운 고통인 줄을 몰랐다고 말한다. 자기는 그저 재미있는 장난으로 생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야 아직 어려서 그렇다 치자. 어떤 가해 학생의 부모는 사건의 원인을 피해 학생의 성격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모두 다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하물며 부모도 그것을 공감할 줄 모르는데 자녀들이 어떻게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줄 알겠는가?

이제라도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바로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줄 알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시험문제와 정답을 외우듯 암기시킨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스스로 배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제평론가·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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