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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상득과 데자뷔 /신율

시민사회 무시가 친인척 비리 키워, 열린 귀로 경청해야 '건강한 예외' 만들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04 20:08:3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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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의 비리 문제를 접하면서 데자뷔를 느끼는 이유는 뭘까? 데자뷔는 프랑스어로 '처음 보지만 과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가질 때 일컫는 말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이미 보았다(already seen)'라는 의미인데 이 전 의원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바로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친인척·측근 비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 때는 동생이 비리의 핵심이었고, 김영삼 정권 시기에는 아들 현철 씨가 구속됐었다. 그 이후 김대중 정권 때 역시 아들들이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고, 노무현 정권 때는 형이 구속됐다. 거의 모든 정권 때마다 친인척 비리가 '법칙'처럼 발생한 것이다.

이번 정권의 경우는 그 정도가 좀 더 심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의 멘토라고 불리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구속되는가 하면 왕 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기소됐다. 그리고 이번엔 이상득 전 의원에 이어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얘기까지 나온다. 정 의원은 솔로몬 저축은행 임석 회장을 지난 2007년 이 의원에게 소개시켜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정 의원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실세 중의 실세였던 정 의원이 지금 의심받는 것은 크게 이상할 일도 아니다. 물론 이 전 의원과 정 의원 모두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교도소에 가보면 70% 정도의 수감자가 자신은 결백한데 억울하게 이곳에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비춰보아 두 사람의 주장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욱이 정치인들 중에 "죄송하다. 돈 먹었다"라며 검찰에 출두한 경우가 유사 이래 단 한 번도 없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현 정권의 친인척·측근 비리가 그 어떤 정권보다 광범위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참담한 역사를 한 번이라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문화와 부패와의 관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패의 유형과 문화는 상당히 관련 깊다. 우리 문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교에서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바로 이런 이유로 유교권에서는 연고주의에 입각한 부패가 빈번히 발생한다. 학문적으로 이런 유형의 부패를 '네포티즘(Nepotism)'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화적 요인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구조도 부패를 양산한다. 제왕적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과 친인척·측근 비리는 상당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권력 집중이 심할수록 부패의 정도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권력 집중도가 높았던 이명박 정권에서 유난히 친인척·측근 비리가 많은 이유가 설명되어질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이 어떤 정권보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이를 감시할 견제권력을 용납하지 않은 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키웠다고 본다.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가장 중요한 견제권력은 바로 시민사회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시민사회를 완전히 무시했다. 아니 힘을 빼려고 별별 노력을 다했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할 존재조차 없었다. 더욱이 여당이 여당으로서의 역할만 제대로 했더라도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 내내 제대로 된 여당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여론에 민감해야 할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순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만일 새누리당이 여론을 제대로만 청와대에 전달했어도 이렇게 엉망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언론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이명박 정권이 스스로 언론을 길들이려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권은 친인척·측근 비리가 잘 자랄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스스로 조성했다.

이 정권은 어차피 실패로 끝날 정권이다.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정권만은 이런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열린 귀로 비판의 목소리를 서슴없이 경청하고 시민사회의 건강함을 오히려 북돋아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역사의 '건강한 예외'를 만들 수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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