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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나라당 개혁은 박근혜의 2선 후퇴부터 /신율

당 얼굴 그대로인데 당명 바꿔봤자 헛일, 난관 극복하려면 자신 버리는 결단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1-29 20:23:5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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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난리 났다. 이제는 당명까지 바꾸겠단다. 그것도 3일 동안 공모하고 그중에 하나 고르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당이 습관성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제오늘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 3일 만에 당명을 정한다는 것은 해도 너무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본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을 바꾸는 데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당명을 바꾸겠다는 걸 보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박 위원장을 이토록 급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과 자신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박 위원장의 지지율은 이제 대세론이라 부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외부적 요인에 흔들리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등장으로 대세론에 금이 가더니 이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도 밀릴 판이다. 안 교수가 모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히트 치니까 본인도 나가봤지만 본인의 지지율은 도무지 오를 줄을 모른다. 하지만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 일주일 후에 나선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껑충 뛰어 올랐으니 답답할 만도 하다. 상황이 이러니 박 위원장의 지지층 외연확대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할 지경에 이르렀다. 파격적 행보를 보이지 않는 한 박 위원장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당의 지지율이라도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른바 컨벤션 효과라도 볼라치면 이름이라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그런데 문제는 한나라당이 이름을 바꾸면 지지율이 오를 것인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한나라당 하면 박근혜가 떠오르는데 당의 얼굴이 그대로인데 이름을 바꾼다고 당이 변했다고 여길 유권자가 몇이나 될까.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출범시킬 때만해도 변화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인선이 발표되고 나서부터 민심은 "그러면 그렇지"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당의 비상상황이 정책 실패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님에도 비대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마치 대선을 위한 싱크탱크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지금 내 자신도 3명 정도 비대위원의 이름만 생각나는 걸 보면 이런 판단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비대위의 성격이 도대체 한나라당 쇄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박근혜 대선프로젝트의 일환인지 헷갈릴 정도로 모호하다는 사실도 지지율 하락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친이계를 비롯한 쇄신파들의 탈당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일부는 과거 민국당의 사례를 들며 탈당해봤자 탈당 의원들이 총선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친박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민국당의 경우 TK보수들이 나간 것인데 이번에는 TK보수가 남고 수도권 보수가 나가는 역현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갈 정치인들 중에는 쇄신을 주장하는 당내에서 비교적 진보적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오히려 남는 이들이 민국당이 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탈당한 이들이 외곽에 있던 친이계 인사들과 힘을 합쳐 정당을 만들고 그 후 다시 '국민생각'과 자유선진당과 합당을 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면 여기에 기존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가세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정운찬 전 총리와 같은 중도성향 인사들도 참여해 신당 쪽은 대선 후보들 간의 경쟁으로 시끌시끌해지면서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는 반면 박근혜당 쪽은 모노드라마로 일관하게 돼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선에서 흥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 박 위원장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 현 상태에서 볼 때도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바뀌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박 위원장의 2선 후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거의 공상과학 소설수준의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라고 여긴다. 자신의 지역구조차 지키겠다고 하는 박 위원장이 이런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태 수성(守城)의 모습만을 보여준 걸 감안할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과연 박근혜 위원장은 당을 위해 자신을 버릴까.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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