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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인생연출 /박형섭

주인공으로서의 삶, 인식 순간부터 변화…연극적 환상으로 불후의 명작 창조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1-13 21:21:0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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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누구나 인생의 새로운 각오와 목표를 설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계획한 것을 망각하거나 포기한다. 용두사미로 끝난다고 해도 한번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 년 중 지금, 그런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

나는 효용성에 근거한 가치철학이나 윤리적 차원의 덕목보다 좀 색다르고 재미있을 법한 제안을 해볼까 한다. 이를테면 삶에 연출의 개념을 넣어보는 것, 인생연출이 그것이다. 자기만의 고유한 '리빙 시어터(고정관념이나 인습에 맞서는 개혁적인 주제의 실험극)'를 시도해보는 일은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누구든 의중에는 있었으나 일상에 쫓겨서 혹은 체면이나 주위의 눈치 때문에 포기한 흥미거리가 있을 것이다. 취미로 하는 예술적 활동이나 스포츠, 사랑과 연애 등은 개인적 삶의 서사극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극시(劇詩)는 문학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기록된다. 나의 태도와 몸짓은 매순간 만들어지는 조형적 기호인 것이다. 그 움직이는 형상이 울림을 주고 아름다운 여운을 남길 때 살아 있는 미학이 된다. 내가 말하고 표현하는 연기를 감상하는 관객이 어디인가에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삶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인 것이다. 어떤 삶도 복제될 수 없으며 동일할 수 없다. 사람들이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사실의 존귀함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변화가 일어난다. 나는 자기 삶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인생연출이란 주제의 작품을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무대는 세상, 배우는 나와 당신, 그와 그녀, 그들이다. 주인공은 당연히 나다. 사건은 언제나 의도한 바대로 진행되지만 우발적일 수도 있다. 매일 아침 일기를 쓰듯 연극적 환상을 그려보는 일, 하루를 단막으로 설정한다면 일 년의 기간은 장편 드라마로 완성될 것이다.

아파트는 배경인 동시에 주인공이 거주하는 장소이다. 집안의 가구부터 책까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치운다. 물질은 반(反)정신의 상징이므로 비울수록 좋다. 여유로운 공간은 생각의 휴식처가 되어 말을 걸어올 것이다. 환경적 변화는 새로운 기운을 싹트게 한다. 거실의 형광등을 이동식 부분조명으로 바꾼다. 기분에 따라 색과 조도에 변화를 줘본다. 빛이 인간의 정서에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음악은 외로움이나 피곤함, 권태를 물리칠 수 있다. 탁자 위에 꽃병을 놓고 벽에 그림을 장식한다. 시청각적 장치들은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을 반영한다. 특히 얼굴은 심적 상태를 드러낸다. 웃음과 같은 표정은 배우의 필수적 언어다. 헤어스타일, 화(분)장, 의상 등을 통해 새로움을 창출해 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나의 달라진 모습이 포착될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들의 반응을 체크해 본다. 때때로 찰리 채플린 같은 희극배우의 언어, 제스처, 동작을 모방하면서 광대적 연기를 즐긴다. 혹시 나의 원초적 모습이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

인생연출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에 대한 재발견에 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무시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잃어버린 개인적 취향이나 욕망을 되찾는 일, 그것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은 잠자는 감각을 열어준다. 환희와 열정의 불꽃은 그런 토양에서 피어오를 것이다. 쇼팽은 상드를 사랑하면서 '즉흥 환상곡'의 아름다운 선율의 악상을 떠올렸고, 편견을 깨고 자유연애를 실천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와의 만남을 통해 '제2의 성'을 구상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주인공인 세상이란 무대에서 어떤 배역으로 누구를 만나 삶을 연출할 것인가. 누구든 자기의 삶을 세기적인 불후의 명작은 아닐지언정 후회 없는 저작으로 만들기를 원할 것이다.

이제 나의 리빙 시어터는 희망과 설렘, 기대감으로 관객을 카타르시스로 이끌고 갈 준비가 되었다. 예술적 환상은 그런 의미에서 존재적 의의가 있다. 인생연출은 자기의 실존을 벗어나 다른 세계로 떠나는 상상 속의 여행이다. 여행길에서 발견한 사실들은 미지의 여정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누구나 꿈꿀 권리가 있다.

부산대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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