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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건투를 빈다 /김갑수

이명박 대통령…위안부 작심 발언, 국면전환용 아닌 유종의 미 기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19 20:02:0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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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 달라."

임기 초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수상에게 했던 발언으로 알려져 있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측 요구에 한국 대통령이 응대한 말로 자칫 때가 무르익으면 영유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암시로 해석될 수 있다. 당연히 국내적 파장이 엄청나게 일었다. 청와대는 발언 사실을 부인했고 최초로 기사를 실은 일본 신문사는 발언 사실이 틀림없다고 고소를 해왔다. 우리 정부는 시간이 약이라는 듯 제대로 된 맞대응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더는 일본에게 사과나 반성을 요구하고 싶지 않다'는 당선자 시절의 발언과 더불어 이명박 정부에게 드리워진 친일논란의 뿌리다. 이상득 의원이 2008년 미국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라고 발언했다는 미대사관의 공식보고서가 폭로된 바도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대일 항의집회가 1000회에 이르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한 일은 전무하다. 한일 간의 과거사 청산문제를 두고 이 정부가 노력한 일이 있으면 꺼내 보라. 도대체 아무런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대통령의 위안부 관련 강경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임기 말에 갑자기 항일 민족의식이 불붙은 것일까. 이 시점에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하게 치고 나올 불가피성이 있기는 할 텐데….

그 깊은 뜻은 알 길이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 일가와 측근을 둘러싼 의혹과 범죄혐의는 넘쳐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주체가 여당이라면 당 해산감이고 청와대라면 탄핵감이다. 미국측이 4년여 동안이나 논의를 끌어온 한미 FTA를 우리 정부는 왜 그처럼 허겁지겁 강행처리를 해야 했는지 항의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폭증한 가계부채로 인한 사회적 위기가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고 4대 강 공사장의 댐들은 줄줄이 물이 새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온 나라가 각종 비리로 와글와글 들끓고 있는 시점이다.

올 한 해 세간을 휩쓸고 있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나'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한다고 당사자들이 밝혔다. BBK 실소유주 문제부터 내곡동 땅의 부동산 투기혐의까지 김어준 총수 이하 4인방이 펼쳐놓는 '소설적 추정'들은 충격적이다. 심지어 대통령의 대학시절 학생운동이 실제로는 정보기관의 프락치 노릇이었다는 믿고싶지 않은 추정까지 담겨있다. 만일 그 내용들에 일말의 진실이 담겨있다면 분노가 생길까. 아니다. 분노조차 생기지 않는 감정, 그것은 혐오감이다. 그 팟캐스트 방송 접속자 수가 회당 600만 명을 헤아린다. 파일로 유통되는 양까지 감안하면 1000만 명이상이 들었을 것이다. 꼼수로 지목된 당사자라면, 최소한 그 측근이라면 그처럼 묵묵부답할 일이 아니다. 만일 내가 부당하게 파렴치한으로 몰렸다면 가만히 참고 있을 수 있는가. 명예훼손 소송을 걸든지 공개토론을 요청하든지 했을 것이다.

통치행위가 사익을 도모하는 꼼수로 이해되는 사회는 더 갈 데 없는 막장세상이다. 아프리카 부족의 추장도 최소한의 염치와 공익성은 추구하리라 믿는다. 하물며 뼈아픈 식민지 체험의 응어리가 아프게 배어있는 역사적 불행이자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국가 간 과제다.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적어도 독일 수준으로 반성하고 배상하게 만드는 일. 그 뜨겁고 위험한 과제에 임기 말의 이명박 대통령이 뛰어들었다. 재임시절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 정치인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기개 있는' 한마디를 뱉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일본 측이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히 나빠진 중국관계에 이어 이제 일본정부와 외교전쟁이라도 벌일 판국으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아마도 국내 여론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을 향한 강경대응은 언제나 다수 국민의 환호를 받아왔으니까.

대통령의 위안부 문제 해결 요구가 수세에 몰린 정권의 여론 전환용 꼼수일지, 진실하고 불타는 민족의식의 소산일지는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꼼수가 판치는 막장세상을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그리고 기개 있는 애국지사 대통령을 갖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에서 한마디 한다.

"건투를 빈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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