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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혁명과 개혁 /이재호

성공·실패 점철된 혁명의 역사…현재 한국사회는 양극화 개혁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30 21:13:0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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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혁(革)은 주역(周易)의 택화혁(澤火革)에서 유래한다. 못 가운데 불이 있어 서로 상극이 되어 변화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명(命)은 천명(天命)을 뜻한다. 혁명은 과거에는 왕조의 교체를 의미했지만 근대에 와서는 정치체제와 주도세력의 전면적 변화와 교체를 의미하는 것이 되었다.

대표적인 혁명이 1789년의 프랑스혁명이다. 혁명 직전의 프랑스는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유럽대륙에서 가장 넓고 비옥한 국토를 가지고 있었다. 인구는 3000만 명에 달하여 러시아를 포함하여도 유럽 인구의 4분의 1이 되는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농민의 생활은 비참하였고 왕실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인구의 3%에 불과한 성직자와 귀족들이 토지의 30% 이상을 가지고도 국가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오히려 농민들을 여러 가지 명목으로 수탈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귀족과 성직자 등 특권계급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왕실에서 제시되었으나 특권층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되었고 결국 혁명으로 나아간 것이다. 프랑스혁명을 자유주의 혁명으로 보지만 자유는 그 결과였고 원인은 평등이었던 것이다. 인구의 3%가 국가의 부(富)를 독점할 때 사회는 혁명적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혁명의 법칙'인 것 같다. 그러나 프랑스혁명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100년간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혁명과 반동, 재혁명의 악순환이 거듭되었고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혁명 시 마담 롤랑이 "자유여, 너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가"라고 절규하고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 이때의 시대상황을 보여준다.

이에 비하여 1689년의 영국의 명예혁명은 혁명이라기 보다 개혁에 가깝다. 명예혁명으로 영국에서는 의회 우위주의가 확립되었고 이후 끊임없는 선거법개혁과 복지의 확충으로 민중의 정치참여 길이 넓혀졌고 생활이 개선되었다. 이것은 귀족들이 자신의 특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영국의 귀족계급은 "역사상 가장 고결하고 현명했던 통치집단"으로 평가한다. 특권을 포기한 영국의 귀족계급은 지금도 남아있지만 특권에 집착한 프랑스의 귀족계급은 지금 흔적도 없다.

1776년의 미국독립전쟁은 혁명이기도 하다. 이 혁명으로 미국인들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신천지에 새로운 공화국을 세웠다. 미국의 혁명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증오와 배제가 아니라 국내의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자유주의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실패한 혁명의 대표적인 예가 공산혁명이다. 공산혁명은 복잡한 환경에 대한 고려없이 정치적 문제에 추상적 관념을 직접적으로 적용한 정치적 급진주의가 얼마나 위험하고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보여준다. 러시아 혁명은 실패로 결말이 났다. 평등의 꿈을 실현하려고 했던 중국의 공산혁명은 중국이 현재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심각한 강대국이 된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

혁명은 증오와 좌절감에서 일어난다. 대중들이 좌절을 느끼는 원인은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느끼면 혁명의 기운이 싹튼다. 그 전 단계로 사회에 허무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제도, 정당, 정치 등 모든 기성의 권위를 냉소하는 정신적 태도가 허무주의이다. 이념이든 인물이든 '실체없는 그림자'가 열광의 대상이 된다. 허무주의가 위험한 것은 과격세력에 이용만 당하고 끝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안철수 현상'은 정치적 허무주의에 다름 아니다. 기성 정치권도 철저히 반성해야 하지만, 안철수 측도 치고 빠지는 그림자 행보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가 무엇인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를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공인의 자세이다. 국민은 이제는 그것을 알 권리가 있고 요구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국가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국민과 국토의 보존'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의 시기가 있고 국민의 보존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지금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을 보존해야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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