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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주민 건강권 보호 민간에 떠넘기는 부산 /이한숙

이주민 의료 지원, 부산은 대구의 1/6…지역주민 외면하며 국제도시 내거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0-26 20:51: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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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장원리가 지배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시장원리에 따르면 재화와 서비스는 가장 높은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에게 먼저 분배되어야 한다. 물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분배될 수 없다. 그러나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시장원리대로 분배하는데 동의하지 않는 재화와 서비스가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의료서비스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도 차이는 있더라도, 의료서비스의 생산 및 공급은 가장 비시장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난한 부모가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업고 밤새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지만 돈이 없어 문전박대 당했다면 병원들이 그럴 만하다고 동의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재벌 회장이 거금의 돈을 내고, 다른 이에게 이식하기로 한 장기를 먼저 이식받았다면 더 높은 대가를 지불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드물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생명은 하나이고,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는 바로 생명 그 자체에 대한 권리를 의미하기 때문에 적어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에 있어서는 모두가 평등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이들이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줌으로써 나도 그렇고자 하는 기대 때문에,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낸 것보다 더 적게 받는데도 사회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한 공적 의료보험이 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못하거나, 형식적으로 권리가 있어도 이를 행사할 수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있다. 미등록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가벼운 치료에도 엄청난 진료비 부담으로 의료 기관을 이용하기 어렵다. 고용허가제로 취업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직장의료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이들이 주로 일하는 영세사업장은 보험에 가입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료보험이 있어도 눈치를 봐 가며 병원 갈 시간을 내기가 어렵고, 어렵게 병원을 찾는다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아 증상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단과 처방에 대한 설명을 알아듣기도 어렵다. 그래서 하루에 1번 먹어야 할 약을 3번씩 먹기도 하고, 큰돈을 들여 특수 검사를 받아도 자신이 왜 그런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검사의 결과는 어떤지조차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지역사회와 뜻있는 의료인들의 지원으로 이주민 무료진료소를 운영해 왔다. 부산경남 지역에는 이런 진료소가 열 개 남짓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지 못한 진료소에서는 간단한 진단과 처방 이상은 처치가 어렵기 때문에 2차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 민간 협력병원이나 보건복지부의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사업' 지정 의료기관에 진료의뢰를 요청하고 있다. 입원·수술 환자만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지원사업'은 단속 불안과 건강보험 가입 봉쇄 등으로 미등록 이주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2005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제도이다.

그러나 부산지역의 '지원사업' 지정 의료기관은 부산의료원과 부산대학교병원 2곳뿐이다. 그나마도 3차 의료기관인 부산대학교병원은 비급여 항목의 본인부담률이 너무 높고, 부산의료원은 자연분만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 이주민 의료지원 단체들은 산부인과 병원 등 '지원사업' 의료기관 추가 지정을 부산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보건복지부와 국립의료원에서도 추가지정을 권고해왔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정기관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등을 이유로 소극적 자세로 일관해 왔고, 2008~2009년 부산시의 '지원사업' 실적은 외국인 거주비율이 더 낮은 대구시의 6분의1 수준에 그쳤다.

부산경남지역의 이주민 무료진료소와 협력 의료기관들은 작년부터 네트워크를 형성해 상호협력체계를 만들어왔고, 올해는 민관의 협력과 장기적 제도개선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에 대해서도 담당자가 돌연 불참의사를 표현하는 등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주민도 지역주민이다. 점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이주민의 건강권 보호에조차 무관심한 부산시가 과연 국제도시의 간판을 내걸어도 되는 것일까.

이주와 인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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