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가사의 한 구절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인가, 아니면 엄청난 파괴력을 억누르며 한 박자 쉬고 있는 태풍인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최근 수주간 일으킨 '안풍'은 참으로 위세가 거셌다. 몇 년째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그런 돌풍을 몰고온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 강단으로 복귀한 후에도 여진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내년 대선을 위해 한 발을 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가공할 위력이 확인된 '안풍'. 앞으로는 어떻게 모습을 달리할지 예보를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안풍'이 향후에도 계속 불어댈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일이 급선무다. 이는 '안풍'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이면서 그런 강풍이 불게 된 조건을 따져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럴 때 객관성을 더해주는 과학의 틀로 추론해 보는 것도 유용한 선택이다. 우리 사회에 분 '안풍'과 자연계에서 접하는 진짜 바람을 겹쳐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안 원장이 주창해온 '융합이론'을 좇아 사회·자연현상을 연결하면서 미래를 통찰해보는 것이다. 학생시절 배웠던 과학상식을 더듬어보면, 자연 바람은 열과 공기가 만들어낸다. 가령 낮에 햇볕이 내리쬐면 바다보다 육지가 먼저 데워지면서 육지공기는 올라가고 그만큼 비워진 공간으로 바다공기가 밀려든다. 이른바 해풍(밤에는 이와 반대인 육풍)이다. 이처럼 바람은 공기의 온도차에 의해 발생한다.
초미의 관심이 된 '안풍'은 열역학 법칙을 따라 움직이는 자연 바람과 닮았다. '안풍'은 민심의 흐름이다. 열을 받아 부글부글 끓다 못해 터지기 직전인 민심이 상승기류를 탔다. 목적지는 민심과 대척점에 있는 곳이다. 정치권·관계·기업·청와대 같은 슈퍼 갑(甲)들이 포진한 이곳 온도는 썰렁할 뿐이다. 게다가 양 지역의 온도차를 한껏 벌려 놓는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 전역이 먹통이 될 뻔했던 정전사고, 노인들을 밤이슬 맞게하며 저축은행 앞에서 한뎃잠 자게 한 저축은행 사태, 자고 나면 터지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온갖 비리하며 좀 많은가. 민심과 슈퍼 갑들 간 벌어진 온도차는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민심의 태풍이 몰아칠 기본 조건이 갖춰졌다는 얘기다. '안풍'은 지금 소멸된 듯하지만 '민심지형학상'으로 볼 때 앞으로 언제라도 다시 휘몰아친다고 봐야 할 수밖에.
'안풍'은 불되 바람몰이 주역은 바뀔 수도 있겠다. '1기 아이올로스(그리스 신화에서 바람을 관장하는 신)' 역할을 다한 안 원장이 물러나고 후임이 그 자리를 이어 받는다는 말이다. 안 원장이 대권설에 대해 손사래를 쳤고, 자기 말을 뒤집지 않는 그의 성품을 고려했을 때 제2의 인물이 바람주머니를 넘겨받는 상황을 설정해 볼 수 있다. '안풍'이 '김풍' 혹은 '문풍'으로 명패를 바꿔단 채 바람몰이를 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 않은가. '안풍'은 걸출한 개인인 안철수와 그를 따르는 군중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안 원장은 자기 손에 바람주머니를 쥐어 준 이들이 누군지 잘 안다. 가물가물한 내 집 마련의 꿈을 되찾고 싶고, 방학 때마다 배 곯는 아이들이 더 없길 희망하고, 말로만 국민을 섬긴다고 하는 지도자를 뽑는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는 이들…. 그들은 바람주머니 안에 자신들의 열망·쇄신·정의·나눔을 담아 안 원장에게 건넸다. 뜨거운 민심이 그득한 바람주머니는 자연 태풍과는 달리 거악들을 선별해 날려 버릴 태세다. 스스로 바람주머니 입구를 열어 포효할 터이고 그 절정기는 내년 총선 대선 때라는 걸 삼척동자도 안다.
안 원장이 정치 경력이 미흡하고 대권의지가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약육강식·유아독존형 정치판에 익숙한 이들은 동감하겠지만 이런 사고는 유효기한이 한참 지났다. '안풍'은 민의로 빚어진 결정체이자 한국 사회의 미래를 비춰 준다는 점에선 마법의 거울이다. 해서, 차기 금배지나 대권을 원하는 이라면 그 앞에 서서 이렇게 물어보길 권한다. "거울아 거울아. 내년 말쯤 내 모습을 한번 보여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