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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가덕도 신석기 유적지 이대로 묻을 건가 /남차우

신석기 흑요석제, 옥제품 발굴 유일…부산시·관계기관, 모두 나서 보존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03 20:21:4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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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역 고고학자들의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 얘기부터 해야겠다. 한 원로 고고학자의 제자들이 스승을 모시고 사제 간 정을 나누는 자리에 기자도 우연찮게 끼이게 됐다. 이 제자들도 대학에 몸을 담고 있는 후학들이다. 안부 겸 이런저런 개인사에서 화제가 자연스럽게 지역 발굴이야기로 옮겨졌다. 8000년 전 인골들이 쏟아진 부산 가덕도 신석기시대 집단 매장유적터가 단연 화제의 중심으로 여러 의견이 오고 갔다.

그런데 참석자 중 한 사람의 "가덕도 신공항 유치가 결코 우연이 아닌 모양입디다"라는 말에 기자의 귀가 솔깃했다. 이 학자의 말인즉슨 이렇다. 세계로 뻗는 부산의 관문을 가덕도에 세우는 건 오랜 역사적 근거도 있다는 거다. 이미 발굴 과정에서 밝혀졌듯 가덕도 매장유적에서 다수의 옥제품과 흑요석제가 나와 당시 이곳이 대륙과 해양세력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자 문화교류장이었다는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한반도에서 다량으로 옥제품과 흑요석이 신석기 유적에서 함께 나온 건 가덕도뿐이다. 입지적 우수성에 더해 역사성까지 보태진다는 그의 말이 가덕도 신공항의 스토리텔링으로 좋은 소재가 되지 싶었다.

그런 가덕도 신석기 유적지가 도로에 파묻힐 처지에 놓였다. 두고두고 부산 나아가 한반도 신석기 문화를 알릴 유적이 스토리텔링은 고사하고 자취도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해당 유적 발굴을 맡은 발굴전문기관인 한국문물연구원만 발을 동동 굴리고 있지 부산시나 해양항만청 문화재청은 뒷짐 지고 보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발굴조사는 지난 2월 신석기 인골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조사 기간을 연장해 지난달 말에야 조사를 끝났다. 문화재청에 낸 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유적지 홍보용 녹지대 조성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어떤 결정이 나올지 모른다.

가덕도 일주도로 개설이 시급하다며 부산해양항만청은 도로 공사에 곧 나설 태세다. 사정이 이렇자 지역 문화 홍보의 첨병인 강서문화원이 나섰다. 유적보전은커녕 중장비를 동원해 훼손하려는 관계기관들의 인식전환을 요구하며 전시관 건립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강서문화원이 각계 보낸 공문에서 해당 유적을 살려야 하는 까닭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에 확인된 신석기 유적지가 바로 '부산 시민의 날'(10월 5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점이다. '부산 시민의 날'은 이순신 장군이 부산 앞바다에서 대승을 거둔 부산포승첩일(1592년 음력 8월 30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순신 장군이 이 부산포대첩을 위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하루 전날 전라우도수군절도사, 경상우도수군절도사 등 4명의 장수와 모여 숙의했던 곳이 가덕도 장항마을로, 8000년 전 인골이 나온 바로 그 지역이다. 이는 난중일기 등 사료에 정확히 기록돼 있는 엄연한 역사란 사실도 첨부하고 있다.

요즘 지역마다 문화에 이야깃거리를 입히는 소위 스토리텔링작업이 유행이다시피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기 고장의 정체성을 지니면서 내외 효과적으로 알릴 상징물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고전소설 속 인물을 자기 고장의 브랜드로 삼는 지역이 나오고 이를 두고 지자체 간 서로 '내것'이라고 줄다리기도 마다하지 않는 지경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언젠가는 실현돼야 할 부산 현안이다. 이 국제공항을 오가는 내·외국인들에게 지척에 있는 가덕도 신석기 유적은 더없이 훌륭한 부산 상징물이 될 수 있다. 발굴된 인골의 인류형질 조사 결과가 덧붙여지면 중국 일본인들과의 관계도 추가될 것이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까지 곁드려진다면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이만한 유적지도 없지 싶다. 가꾸기에 따라 국내 손꼽히는 선사유적지로도 가능하다.

한반도 부산 땅에서 국내 고고학계에서 처음으로 조개팔찌를 하고 조개목걸이를 한 신석기인들이 8000년 만에 우리와 마주했다. 이들이 가덕도가 아주 오래전 옛날에도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였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러주러 온 것이다. 가덕 신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보면서 이곳에 외국인과 함께 우리 어린이들이 신석기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보길 기대해 본다.

부국장 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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