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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문화에 투자해 보셨습니까? /이영식

정부 문화관광 예산 10년 넘게 1% 지속, 장려·지원개념 탈피 투자대상 인식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18 21:40:4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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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나라당은 기획재정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전통문화재 관련 예산의 132% 증액을 요청했다. 문화계에선 단비 같은 소식이었고 기대마저 갖게 했다. 그러나 이내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내년도 실행예산에 과연 얼마가 반영될지도 문제고 132% 증액의 2200억 원이 엄청난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지방지정문화재 1만984건, 여기에 전통문화재란 애매한 범위를 추가하면 그 대상은 엄청나게 될 것이고, 3개 분야 21개 사업이 대상이라 하니 각각의 문화재와 관련 사업에 돌아가는 액수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는 계산해 보기조차 두렵다.

최근 한나라당이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며 전통문화재의 80%가 불교사찰이라 한 것이나, 문화관광부 장관이 템플스테이 예산을 늘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보면 그동안 불편했던 불교계 끌어안기를 통해 내년 총선에서 불자들의 표심을 얻으려 했다는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위정자들의 문화적 마인드가 갑자기 고양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통문화재를 보호한다면서 관련 예산을 늘리는 마당에 문화재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모순적이며, 문화관광 분야 예산의 현실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예산에서 문화관광의 비중은 경상남도 4%, 부산광역시 4.91%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국가예산에서 보면 오히려 훌륭한 편이다. 올해 정부의 문화관광 예산은 전체의 1.01%에 불과할 뿐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1%를 돌파한 후 10년도 넘게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2009년 OECD의 평균이 1.88%일 때 한국은 0.9%였고, 프랑스는 2.25%였다. 프랑스가 왜 문화관광 대국인지, 우리는 왜 그렇지 못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문화관광이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고, 무공해 산업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예산이나 투자 확대의 의견을 개진하면 "돈 안 된다" 는 생각이 아직도 지배적인 듯하다. 그런 이들에게 역설적으로 목소리 높여 되돌리는 말이 있다. "언제 문화관광 분야에 제대로 투자해 본 적이 있었습니까?" 명나라 철학자 왕양명은 '눈앞의 적은 물리치기 쉬워도, 마음의 적은 물리치기 어렵다'고 했다. 부산~김해 경전철은 1조 원 규모나 투자하고도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가 예상돼 혈세로 보전해야 한다는 비난이 각종 언론과 인터넷에 도배되고 있는 데 비해, 김해시가 1330억 원을 투자해 남북 2km의 유적을 정비하고 박물관 건립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공간과 관광자원으로 거듭난 '가야의 거리'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다. 심지어는 김해시민은 좋겠다든지, 김해시민이 되고 싶다는 댓글도 적지 않다. 가야문화에 경전철 건설의 반의 반 만이라도 투자했다면 그 효과가 어떠했을까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관광수입의 직접적 증대는 말할 것도 없고, 김해라는 브랜드의 제고가 거의 모든 생산 분야에 미칠 간접적 효과는 상상을 넘는 수치가 될 것이다.

문화제국주의로도 불릴 만큼 미국의 팝송과 영화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겠지만 요즈음 우리 한류의 바람은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류의 제3세대가 활동하는 일본에서는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를 비롯한 우리 음악스타들이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고, 우리 문화예산의 두 배 이상을 편성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젊은 한류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는 뉴스도 접하고 있으며, 한국만화가 미국영화로 제작 흥행되기도 한다. 문화에 대한 한심한 투자현실에서 이 정도라면 OECD 평균의 예산이 투자될 때, 그 효과와 이익은 우리가 이제까지 경시해 오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될 것이다. 산을 깎아 내고 공해를 일으켜 물건을 생산하거나, 돈을 굴려 남의 것을 빼앗는 것만을 국부 창출의 유일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기는 것은 개발도상국가적 발상이며 엄청난 시대착오다. 문화관광분야에 대한 장려나 지원의 개념에서 벗어나, 적극적 투자 대상으로 인식해야 할 시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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