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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찰총장의 사퇴, 누구에 대한 책임인가 /유창선

밥그릇 챙기기만 열중한 검찰, 불신하는 국민은 결국 외면해 유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04 21:16:5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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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가 파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주지하듯이 김 총장의 사퇴는 논란이 되었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거취 표명이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갈등을 빚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개정안은 경찰에 수사개시권과 수사진행권을 부여했다. 반면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여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까지 논란이 되었던 것은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내용이었다.

이는 당초 검·경을 비롯한 정부 차원에서 합의했던 '법무부령'을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수정한 결과였다. 합의 원안의 갑작스러운 수정에 대해 검찰은 강력히 반발했고 한때 집단적인 반발의 움직임이 터져나왔다. 검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법무부령'이 되었으면 '모든 수사'의 범위를 최종적으로는 검찰의 뜻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령'은 관련부처들 간의 합의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어 국무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칫 경찰이 원하는 것만 지휘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 그렇게 되면 수사지휘권이 제한되어 결국 검찰의 수사권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검찰은 강력히 반발하며 대검 간부들이 집단사표를 제출하는가 하면 검찰총장은 거취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나 검찰의 그러한 저항은 힘을 얻지 못했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압도적 다수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에서는 여야 불문하고 "검찰이 낸 사표들을 모두 수리해버리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회 입법권에까지 도전하는 검찰의 모습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가 실려있는 반응이었다. 믿었던 여당조차도 더 이상 검찰의 원군이 되어주지는 않았다. 검찰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청와대의 냉담한 반응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준규 검찰총장을 만나 자리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직접 말했다. 어느 곳에서도 검찰의 편을 들어주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 일련의 과정은 우리 검찰을 향해 근본적인 성찰을 주문하고 있다. 정치권의 마음도 청와대의 마음도 못 얻었지만, 검찰에게 가장 뼈아픈 것은 국민의 마음을 못 얻었던 데 있다. 검찰로서는 간부들이 줄사표를 낼 정도로 조직 최대의 문제로 인식했지만, 정작 국민들에게는 검찰의 조직이기주의에 따른 밥그릇 싸움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 현실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당초 합의 원안의 내용과 상관없이, 검·경의 밥그릇이 달려있는 갈등사안을 검찰이라는 당사자 마음대로 정하도록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보면 수사지휘권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국회의 수정안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왜 그것이 부당한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도 없이 무조건적인 반발에 나섰던 것이고, 국민들은 그러한 검찰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청와대가 검찰의 집단반발에 대해 이례적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그러한 여론의 흐름을 읽은 결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자업자득의 결과이다. 검찰에 대해 그동안 쌓여온 국민의 불신이 오늘 검찰의 조직수호 논리에 대해 고개를 돌리게 만든 것 아니겠는가. 검찰의 내부비리가 터져나올 때마다 검찰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했다. 검찰이 정치적 독립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은 현 정부 임기 내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불신을 사는 모습에 대한 쇄신은 하지 않고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만 열올리는 검찰의 모습에 다들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수사권조정이 아니라 검찰 자신의 행태임을 뼈아프게 성찰하기 바란다. 김 총장은 검찰조직과 후배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그가 정작 책임져야 할 대상은 검찰을 불신하는 국민이었음에도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던 것은 끝내 유감이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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