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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얍삽한 중국, 둔감한 한국 /고기화

역사왜곡을 넘어 정치 문화 등 확장, 中 '신중화주의' 안이한 대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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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지난 2005년 중국 지린성에서 순목황후 묘비가 발견됐다. 이 묘비엔 발해 역사의 비밀을 풀 중요한 단서인 141자(字)의 비문이 남겨져 있다. 그런데 중국은 어찌 된 영문인지 묘비를 발굴한 지 6년이 지나도록 접근을 차단한 채 묘비의 사진과 비문의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발해사 왜곡은 심각하다. 비문의 내용은 발해를 당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한 중국의 논리를 반박할 만한 증거로 알려졌다. 중국이 발해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6일 KBS 1TV '역사스페셜'에서 이를 심층보도했다.

# 둘. '강릉단오제'가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자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 중국인들은 "강릉단오가 중국 단오를 훔쳐갔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단오 원조' 논란은 한국의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중국은 2009년 단오 관련 행사인 '용선 축제'를 유네스코에 기어이 등재한다. 그해 중국은 조선족의 '농악무'도 세계무형유산을 신청해 기습 등재에 성공한다.

# 셋. 최근 중국 국무원은 우리나라의 전통 민요인 '아리랑'을 비롯해 씨름, 판소리, 가야금, 회혼례 등을 '제3차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옌볜 조선족의 문화유산이란 이유에서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자칫 아리랑 등 우리의 문화유산마저 중국에 다 빼앗기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중국이 "조선족의 고유문화를 반드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킬 것"이라고 큰소리 뻥뻥 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중대 사안임에도 "아리랑 등 무형유산 지정은 중국 내에서만 효과를 가지는 것"이라는 문화재청의 인식은 기가 막힌다. 우리 민족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방방곡곡의 아리랑 중 정선아리랑만이 유일하게 지방문화재로 지정됐을 뿐이다. 정작 국내에서조차 제대로 대접을 못 받으니, 중국이 뒤통수를 쳐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 정부가 뒤늦게나마 전국에 산재한 아리랑을 모아 내년에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랄 밖에.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중국의 침탈은 일회성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2002년부터 본격화된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사와 발해사 등을 중국사로 편입시키는 역사왜곡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2004년 지린성과 랴오닝성 일대 광개토왕비와 국내성 터 등 고구려 유적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건 단적인 예다. 이때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고구려는 중국 예속 국가였다"라며 앞다퉈 선전을 일삼았다. 치밀하게 짠 스케줄에 따라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부정하는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동북공정의 핵심은 '신중화주의'다. 중국의 거시적 국가전략으로 향후 10~20년 내 중국의 패권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예상과 맞물려 있다.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으로 포장되긴 했지만, 이는 제국주의의 또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역사왜곡은 그 첫 단계다. 역사 빼앗기를 통해 '역사 제국주의'를 지향한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 역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건 이러한 음모의 일환이다.

중국의 이러한 꼼수는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역사왜곡을 넘어 정치, 경제, 문화로까지 확장해 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조선족을 등장시켜 부채춤과 장구춤을 춘 것도, 그해 조선족 자치주인 투먼시가 우리 민족의 전통 술인 막걸리 제조법을 무형문화재로 등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8년 백두산 일대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것도 중화주의의 발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둔감하기만 하다. 우리 민족의 역사·문화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는 우려할만한 상황임에도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한다. 일부 학자나 민간단체에서 중국의 음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힘이 세진 중국의 눈치만 보는 형국이니 말발이 통할 리 없다. 이렇게 계속 묵인하고 바로잡지 못한다면 종국엔 조상과 후손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됨을 왜 모른단 말인가.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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