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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민교육과 영재교육 /이재호

국민교육 목표없이 정책수립, 꼬이기만…영재교육 빼고는 시민교육이 돼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21 20:47:3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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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전제군주 시대에는 교육은 군왕을 보필할 영재를 길러내는 것이었다. 따라서 교육은 사대부의 전유물이었고 백성들은 나라님이 시키는 일만 하면 되었다.

유럽 중세의 영웅 샤를마뉴 대제는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몰랐다고 한다. 주군이 이러니 그를 따르는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샤를마뉴 대제는 문예를 진흥한 영주로 평가된다.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상은 근대 시민사회가 형성된 이후에 나타났다. 민주적 공화제를 유지하는 주체는 군주가 아니라 공화국의 구성원인 시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공화국에서 교육의 목표는 시민의 덕성을 함양하는 시민교육이어야 한다. 시민의 덕성과 애국심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국어와 국사가 필수적이다. 국어와 국사는 도덕교육도 된다.

또한 우물 안 개구리가 되거나 국수주의자가 되지 않고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와 세계사를 가르쳐야 한다. 세계사를 가르치지 않는 국사교육은 편향된 지식이 될 것이다. 단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현재의 영어 광풍은 시민교육의 목표에서 벗어난 비정상적 현상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만인을 먹여 살린다"는 것이 현 정부의 수월성 교육의 근거인 것 같다. 물론 영재교육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조기에 가르치지 않으면 영재성이 피어나지 못하는 분야는 수학과 물리학, 화학, 음악 분야 등이다. 수학과 물리학의 천재들은 거의 20대에 주요한 업적을 이루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하이젠베르그가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한 것은 26세 때였다. 이 점에서 과학영재를 육성하기 위한 과학고는 필요하다. 이에 비해 인문사회 분야는 영재성이 늦게 나타난다. 최고의 인문학 천재로 꼽히는 괴테는 대학시절에는 문제학생이었고 독토르(Doktor·박사) 학위도 취득하지 못하고 변호사 자격증만 취득하고 간신히 법과대학을 졸업하였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의 입을 빌려 법학을 "빵을 위한 학문"으로 비난한 것은 자신의 경험 때문이었다. 칸트나 퇴계도 그들의 대표작을 완성한 것은 60세가 넘어서였다. 인문사회 분야는 영재교육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 폭넓은 시민교육이 필요한 분야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교육대통령을 주창하였지만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개명한 것 외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교육은 건드릴수록 꼬이고 있다. 이것은 국민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이 교육정책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이 필요한 특수 분야를 제외하고는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의 목표는 시민교육이 되어야 한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시민적 덕성과 애국심을 갖춘 건전한 시민으로 청소년을 육성해야 한다. 그들 중에 낭중지추(囊中之錐), 즉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자연히 존재를 드러내는 인물이 나올 것이다.

한국 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은 82%에 이르고 있다. 시민교육의 목표 중 하나가 일인일기(一人一技)이다. 공업고등학교나 공업전문학교를 재정비·부흥시켜 고도의 숙련공을 양성해야 국가 경쟁력이 생긴다.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끄떡없는 독일의 경쟁력은 시민교육과 기능 인력의 양성 때문이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41%이다.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최고의 교육을 해주지도 못하면서 최고의 등록금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대학은 이제 우골탑(牛骨塔)을 넘어 등골탑이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에는 정부, 사회, 기업, 대학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정부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토록 하고 등록금에 끼어있는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부실대학을 연명하게 하는 명분 없는 지원을 중단하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거품을 만든 자가 거품을 제거해야지 왜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가. 현재의 반값 등록금 논쟁은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 대학에 못간 젊은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이미 졸업한 젊은이와 학부모가 납득하겠는가.

대학은 취직을 위한 곳이 아니라 학문을 배우는 곳이라는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국교육이 정상화 될 것이다. 이 기본에서 교육의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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