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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기고] 국내 야구를 키운 8할은 팬들의 열정이다 /김수인

꼴찌팀 롯데 향한 팬들의 뜨거운 응원… 가을야구 여부도 그 힘에 달렸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25 21:00:4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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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롯데-SK전을 보려고 TV를 켰다가 깜짝 놀랐다. 21일 한화전에서 1-4로 져 롯데는 꼴찌로 추락했고, 이에 실망한 팬들은 구단 항의에 이어, 인터넷에 노출된 양승호 감독의 휴대전화로 욕설이 담긴 문자를 하루에 400통이나 보내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 주말 구장은 썰렁할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막 뜯어낸 성냥곽처럼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우리가 언제 최하위팀으로 전락했느냐"고 시위라도 하는 듯 특유의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이날 롯데는 1-4로 뒤진 9회말 엄청난 투지로 3득점, 4-4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초 2실점으로 그야말로 벼랑에 몰렸으나 10회말 황재균의 끝내기 안타로 기적과 같은 7-6 재역전승을 일궈냈다. 한 경기에서 지옥과 천당을 두 번씩이나 오가면서도 끝내 승리를 엮어내는 이런 다이내믹한 승부는 아마 전성기 시절의 해태(옛 기아)나 2007년 이후 4년간 세 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막강 전력 SK가 아니면 도저히 이뤄내지 못할 명장면이다. 1986년부터 17년간 야구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고향팀 롯데를 유심히 지켜봤던 필자에게는 평생 처음보는 희귀한 롯데 경기 장면이었다.

롯데는 24일 SK전에서도 비록 졌지만, 3-8의 열세를 딛고 7-9까지 맹추격전을 벌여 이제 근성의 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이 모든 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는 연고팬들의 힘이 아니고 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1986년 10월 22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이 해태에 5-6으로 져 3연패를 당하자 흥분한 팬들은 해태 구단 버스를 불태워 버리는 해외 토픽감의 불상사를 일으켰다. 당시 삼성을 담당했던 필자는 "한국 야구팬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국가 망신이다"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며칠 후 만난 일본 기자는 "얼마나 연고팀을 사랑했으면 버스에 불까지 지르냐?"면서 한국 사람들의 야구 열정에 감탄하는 것을 보고 팬들의 입장을 달리 해석하게 됐다.

1987년 여름 어느 날, 부산 지역은 오후에 비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구름만 끼었을 뿐 경기하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당시 투수력이 바닥나 하루 휴식이 절실했던 롯데 프론트에서는 기상청의 예보를 핑계삼아 경기를 취소시켜 버렸다. 비가 오지 않으니 당연히 경기를 할줄 알고 사직 구장을 찾았던 많은 팬들은 구단의 처사에 어이없어 했고, 흥분한 관중 수십 명은 그라운드로 난입해 투수판을 뜯어내 불살라 버리는 세계 야구사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해괴한 방화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투수판을 불태우는 불법 항의를 한 것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지만, 불 같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해프닝이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연고팀 성적이 떨어질 경우 걸핏하면 구장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며 '감독 청문회'를 요구하고, 야구장에 쓰레기통이나 라면 국물을 쏟아 부어 경기를 방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야구장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난폭한 행위가 하도 많이 일어나 자녀 교육에 안좋다며 가족 관람이 줄어드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다 지난 이야기다. 즐거운 관전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열정과 환호를 나누는 '만남의 장소'로 변화하고 있는 것. 거기에다 팬들은 성적이 떨어진다고 선수단을 무작정 비난해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점을 깨닫고 팀에 대한 '무한 리필' 애정을 보내고 있다.

롯데는 25일 현재 페넌트레이스 133경기의 13.5%를 겨우 소화했다. 남은 115경기에서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롯데가 23일 SK전 같은 멋진 승부를 수시로 펼쳐 가을에도 야구를 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오로지 팬들의 '넘쳐흐르는 힘'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선전 문구는 눈여겨 볼 만하다. "야구, 거기에는 환희와 감동, 가슴 설레는 흥분도 있지만 땅을 치게 하는 아쉬움도 있다." KPR 미디어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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