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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등록금에 얽힌 몇 가지 오해 /유일선

문제는 돈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여부…공공재로 인식해야 모든 오해 사라질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17 20:56:4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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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별다른 자원이 없기 때문에 사람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한다"고 국민 다수가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멀쩡한 강에 불도저를 동원해 '강을 살리는'데 한 해 9조 5000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 훨씬 중차대한 일이라 입을 모으는 '사람 키우는' 일에는 예산이 없다 한다. 시민단체의 발표는 4대 강 예산을 복지로 돌리면 무상급식, 아동수당지급, 반값등록금 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장 보완, 노령연금 확대, 고용안전망 구축 등이 동시에 해결된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7% 성장률, 일자리 300만 개,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사교육비 절반, 통신비 20% 인하, 유류세 10% 인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등. 그 중 4대 강 사업 외에는 지켜진 것이 거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신공항 공약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그토록 격렬하게 반발하고 대통령 사과까지 끌어내면서 등록금 반값 공약은 캠퍼스 밖에서는 쟁점화 공론화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여론은 등록금 해결 요구에 그토록 소극적인가? 등록금과 관련해 몇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첫째, 대학교육의 질을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대학당국이 애용하는 논리인데 대통령 역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등록금이 너무 싸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답해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사립대학 한 해 평균 등록금이 2000년 450만 원에서 2010년 754만 원으로 67.9% 인상되는 사이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7.6% 줄었을 뿐이다. 대학들은 토지 매입, 건물 신축 등 재단 자산을 늘리는 데에 등록금을 썼다. 그리고 대학 금고엔 수조 원의 누적적립금이 쌓여있다.

둘째, 대학 자율화라는 미명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모든 규제는 경쟁력을 위축시키는 악덕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대학은 시장논리로만 접근할 사적 기업이 아니다. 재단 전입금은 운영수입의 4%에 불과하고 국가와 지방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 등록금 같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중요 사안을 자율로 결정하겠다는 주장은 억지일 뿐이다.

셋째, 학자금 대출 제도가 특단의 대책인 양 오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자는 거의 시장이자율로 복리로 계산되고 미취업 시에도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심지어 군 복무 중에도 이자를 부과한다. 등록금으로 3400만 원을 대출 받으면 37년간 1억3200만 원을 상환한다. 조건이 불리하지만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되고, 일정 수준의 소득을 갖게 된다면 신용불량자 신세는 면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와 같은 실업률 속에서는 졸업장만 덩그러니 가진 '빚쟁이'가 양산될 뿐이다.

넷째, 대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생각, 부담되면 안 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미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 진학을 하고, 학벌에 따른 소득의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은 마당에 그 수를 개인의 좌절을 통해 조절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부모의 재산이 교육의 기회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어찌 사람이 자원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다섯째, 우리나라 경제 여건이 그 정도의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즉, 시기상조론이다. 유럽 대학들이 무상교육을 실시할 당시 국민 소득이 5000~ 1만 달러였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나라, 결코 이르다 할 수 없다.

한국대학의 등록금 액수를 구매력으로 환산하면 미국 다음으로 비싸 세계 2위라 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49위인데 말이다. OECD 국가들의 등록금이 소득 대비 10분의 1이 안 되는 반면 한국은 3분의 1 수준이다. 그 부담을 온전히 개인과 가정에 부담시킨다면 중산층 이하의 국민들은 '교육 받을 권리'를 봉쇄당한다.

문제는 돈이 아니다. 가치의 문제이고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다. 교육은 수익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해야할 사적재가 아니다. 대학교육을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하는 공공재 차원에서 바라볼 때 위의 모든 오해는 사라진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면 국가 역량을 강보다는 사람에 투자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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