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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물가는 불가항력? /조준현

타이밍 놓치고 대외악재로 돌리는 MB정부 거시경제, 국민 불신만 자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05 20:11:0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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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반 진반을 섞어 말하자면, 어느 정부가 나라 경제를 말아먹기로 작정하고 정책을 쓰겠는가? 그런데 역사를 보거나 현실을 보거나 정말로 나라 경제를 말아먹은 정부가 적지 않다. 나쁜 목적을 가지고 정책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의도와 목적은 좋았다 하더라도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제대로 정책을 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령 정책을 추진한 시점과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 간에 시차가 커서 경제여건이 전혀 달라진 경우도 있다. 정책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정책의 목적과 수단, 정책과 정책 간에 충돌과 괴리가 있어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제대로 된 정책을 운용하기가 어렵다 보니 거꾸로 이런저런 요인들을 너무 따지다가 정책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요즘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은 역시 물가이다. 물가가 수상하다는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한 문제이다.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에 이미 지나친 물가상승을 미리 억제하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정부는 이런 지적들을 모두 묵살하고 말았다. 금리를 인상하면 환율이 하락하고, 환율하락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이다. 수출이 더 중요한가 물가가 더 중요한가 하는 문제는 한 마디로 대답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정책목표들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는 가치판단의 문제여서, 정부가 수출을 중심에 놓고 정책을 운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의아한 것은 진정성과 일관성을 상실한 정부의 태도이다. 물가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물가는 불가항력이라는 표현을 썼다. 최근의 물가상승에는 국제 유가 등 대외경제의 요인이 많다는 의미로 이해는 되지만 과연 그것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할 만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대통령이 불가항력이라고 지레 손을 놓아 버리면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의지하라는 말인가.

그런데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가는 불가항력이 맞다고 나서는 경제학자들이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려 들면 반드시 나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가령 빵 값이 비싸 서민들이 빵을 구하지 못한다고 해서 정부가 빵의 가격을 통제하면, 빵은 암시장으로 흘러가서 오히려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릴 것이고 서민들은 더 빵을 먹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정부가 개별 상품의 가격을 통제하려 드는 것은 기대한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굳이 우리 주변에서 그런 예를 찾자면 물가가 오른다고 대통령이 석유 값을 꼭 집어서 가격을 내리라고 한다든지, 심지어 치킨 값이 비싸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군사독재 시대에나 통할 법한 잘못된 정책이다. 그러나 개별 상품의 가격과 물가는 다른 문제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당연히 물가나 환율 같은 거시경제 변수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국제 유가가 오르는 것은 물론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다. 그러나 정부는 당연히 국제 유가의 동향을 미리 모니터링하면서, 유가 상승의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하는 대책을 만들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

작년 여름 장맛비로 큰 수해가 났을 때 현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수재민들에게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게 인상 깊었던 일은 이런 지경에 어떻게 마음을 편하게 먹느냐고 반문하던 수재민 주부의 대답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일이야 천재지변이고 불가항력이라고 하자. 하지만 제대로 된 정부라면 당연히 비가 많이 오면 어떻게 수해를 막는다는 대책이 있어야 하고, 그래도 수해가 났을 때는 또 어떻게 수재민들을 구호한다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한 채 불가항력만 입에 올려서야 어느 국민이 그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지금 이명박 정부가 알아야 할 일은, 정말 정부가 불가항력으로 여겨야 할 것은 물가도 천재지변도 아니고 오직 한 가지 바로 민심이라는 사실이다. 경제학자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제성 논리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시킨 일 하나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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