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의 일부를 훼손함으로써 자기 주장을 내세우려는 극단적인 투쟁의 한 방식이다. 지난달 28일 대구시의회 신공항 밀양유치특위에서 벌인 '릴레이 삭발식'은 보는 이, 듣는 이로 하여금 참담함을 금할 수 없게 하였다. 그것이 밀양 공항유치에 있든, 암울한 대구경제의 회생을 위한 몸부림이든 최후의 저항을 할 수 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을 돌이켜 볼 때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저들을 이렇게 내모는가?
정치적 논리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정치적으로 풀지 않으면 그 방법이 없도록 만든 이 현안을 정작 정치인들은 보온병 폭탄 다루듯 이런 말 저런 말로 코미디 같은 연출을 앞다투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내보이는 일련의 언행을 보면 백지화 가능성을 충분히 가늠케 한다.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덕도와 밀양 중)어느 한 곳도 결정하기 힘들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고, 정두언 국회의원과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은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안상수 대표와 안형환 대변인은 "후보지 두 곳 모두 사업타당성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마치 입을 맞춘 듯 한목소리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몰아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하다.
이제 와서 타당성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은 보온병을 폭탄이라는 것과 다름없는 무지의 극치를 재연출하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의 타당성 용역은 정부가 2007년 3월 용역 발주하여 2007년 11월에 용역결과가 타당성이 있다로 나왔고, 이를 토대로 2008년 3월 입지선정용역이 발주되고 동남권역 20여 후보지 가운데 가덕도와 밀양이 압축되었던 것이다.
동남권신공항 입지선정을 둘러싼 대립을 해결하는 실마리는 이 대립을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즉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엄격한 타당성조사를 바탕으로 허브공항으로서의 입지를 선정하되 그것이 어느 한 쪽만 이득을 보고 한 쪽이 손해를 보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는 '상생의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밀양의 500만 평 황금벌을 지키고 자연경관을 살리면서 밀양을 공항배후 전원녹색도시로 육성할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하남벌을 화훼단지 무공해 농산물단지로 지원육성하고 보온 저온 창고를 지어 꽃과 농산물을 저장했다가 국제시세가 가장 좋을 때 밀양에서 멀지않은 가덕도신공항을 통해 출하한다면, 또 이를 관광 상품화 한다면, 공항유치로 광대한 국토가 피폐해지는 것은 막아내고 지역의 재정자립도와 고용창출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구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짧은 시간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교통망을 새로 구축하는 한편 대구의 K2비행장을 이전하고 그 넓은 자리에 대구의 신성장동력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면 대구경제가 회생하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최근 정부쪽에서 동남권신공항 프로젝트를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어느 쪽으로도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에 나온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공약인 이 건을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백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그런 결정을 내릴 경우 만만찮은 역풍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편을 갈라 죽기살기로 대립해온 영남권 국회의원들도 정부의 백지화 움직임에는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이명박 정부도 살고 영남의 양 지역도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정치권에서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대화와 타협이 생명인 정치권에서 마음만 먹으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팽개치고 국민을 볼모로 표계산에 여념이 없는 행태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가슴은 숯검정이 되어 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를 알지 못한다면 1년 후 국민의 손으로 삭발 당하게 될 것임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남해안시대포럼 상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