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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인의 법의식 /이재호

국가가 信이 있으면 국민도 법 잘 지켜

현재의 지역갈등, 국가의 국민과의 약속 이행 문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16 20:06:1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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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 중 한국인의 전통적인 법의식과 관련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는 범죄는 위증죄 무고죄 간통죄 등이다.

위증죄는 서구의 종교재판 이래 신에 대한 맹서를 위반하여 신의 존엄을 침해하는 범죄였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이후 신에 대한 맹서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 인격자로서의 개인의 양심을 걸고 한 선서를 위반한 죄로서 처벌하게 되었다. 양심이란 내면적 개념이다. 같은 개인에 있어서도 양심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도덕률보다 가족 친지를 도와야 한다는 연고주의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양심의 명령에 따라 증언을 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같은 일을 두고 쌍방의 증인들이 정반대의 진술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판사가 신이 아닌 이상 진실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월터 스코트의 소설 '아이반호'에서 기사 아이반호는 사랑하는 여인이 마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고발인 측의 성당기사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인다. 신에 대한 맹서는 그만큼 엄중한 것이었다.

무고죄는 한국에서 유난히 많은 범죄유형이다. 일본의 수십 배가 된다. 이것은 조선왕조 시대에 역모에 대한 고발을 장려하고 포상을 후하게 한 전통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민사소송을 유리하게 하기 위하여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도 많다. 민사사건에서 위증이 많으므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폐단은 양심의 엄중성을 자각하는 법의식의 성장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간통죄를 처벌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구 형법에서 간통한 여성만 처벌한 것은 혈통의 순수성이라는 봉건적 가치관 때문이었다. 현행 형법에서 상간자 쌍방을 처벌하는 것은 사회적 가정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여성을 보호한다는 측면도 있었다. 한국형법학계의 통설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있는 부녀자가 고소를 제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쌍벌주의는 결국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간통죄 폐지를 주장한다. 그러나 간통죄가 여성을 보호하는 기능을 실제로 수행했다는 점에서 통설의 견해는 수긍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에 간통죄가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하였다. 간통죄의 존폐문제는 간통죄의 보호법익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간통죄의 보호법익이 '성(性)의 자결권'이 아니라 '혼인제도'라고 보아야 한다면 혼인제도를 유지하는 데 간통죄가 별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간통죄 고소의 전제조건이 이혼소송의 제기이므로 사후에 유서(宥恕·너그럽게 용서함)할 수 있는 잘못도 극단적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여성의 권리의식도 많이 향상되었다. 간통죄가 '성(性)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냐의 여부를 떠나 입법정책적으로 폐지를 검토할 시점이 되었다.

봉건왕조 이래 한국의 집권층은 법을 백성을 위혁(힘으로 으르고 협박함)하는 도구로 삼았고 자신들은 법을 잘 지키지 않았다. 한국이 법치국가가 된 이후에도 한국인의 심성에는 법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것 같다. 재판을 할 때 판사가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는가요"라고 물을 때 피해자가 "법대로 해주십시요"하면 엄벌에 처해달라는 말과 같다. 법은 처벌하는 것이다 라는 의식이 남아 있는 것이다.

"권력은 바람, 백성은 풀"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백성을 민초(民草)라고 한다. 풀은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린다. 바람은 흘러가나 풀은 남는다. 현대 법치국가에서도 이 비유는 타당할 것 같다. 법치국가에서도 권력을 행사하는 층이 법을 잘 지켜야 권력에 복종하는 국민이 법을 잘 지키게 된다. 법은 약속이다. 민사법의 대원칙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는 원칙 등이다. 이것을 국가와 국민 간에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권력은 남용하지 못한다"라는 원칙으로 바꾸어 볼 수 있다. 현재의 심각한 지역갈등은 국가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지키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공자(孔子)가 말했듯이 신(信)은 국가를 유지하는 근본이다. 국가가 신(信)이 있으면 국민도 법을 잘 지키게 된다. 신뢰가 법치국가로 가는 길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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