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이른바 재생과 창조의 시대다. 20세기의 르네상스인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없는 루이스 멈포드는 도시 발전의 역사를 메갈로폴리스에서 기생기능이 만연하는 티라노폴리스, 궁극적으로는 황폐해지는 네크로폴리스로 발전한다는 암울한 전망을 했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아닐지라도 오늘날 대부분 도시의 원도심이나 도시내부는 점점 쇠락하거나 활력이 줄어들고 있다.
도시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는 없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이 지니고 있는 창의력을 도시활력과 재생에 접목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창조도시의 출발이다. 지금까지 문화와 예술은 도시개발과 관련성이 그리 높지 않았다. '매장된 르네상스'라고까지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자본적 팽창주의에 순응하는 문화예술과, 예술 고유의 가치에 집중하는 활동들이 도시발전과정에 차별적으로 수용되는 현상을 낳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역할이 달라졌다. 문화와 예술이 낡은 도시를 다시 살리는 주요한 수단인 동시에 예술이 가지는 창의성 없이는 도심재생을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아직까지 우리는 낡은 마을의 담벼락 벽화나, 공공예술 및 디자인 작품을 통해서 도시재생과 예술의 관계를 소박하게 접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창조도시의 모습은 대규모 도심재생사업에 있어서 문화예술의 창조물이 도시의 랜드마크를 넘어 스타키텍처(Starchitecture)가 되는 것에서 나타난다. 나아가 소규모 마을단위 공동체의 활성화에도 골목형 생활예술의 창의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문화예술적 창조성의 범용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도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사회경제적 배제문제 이를테면 노숙자, 실업자, 장애인, 어린아이들의 안전, 취약마을 활성화 등 문제해결에도 문화예술의 창의성을 적극 접목시키는 창조적 포섭 전략이 활용되고 있다. 낡은 공장지대인 게이츠헤드를 재생시키는 데 왜 마천루식의 공동주택 건설 대신에 발틱 현대미술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요코하마와 구라시키를 살리는 데 왜 대규모 상업유통시설보다는 낡은 은행을 문화적으로 재생시킨 '뱅크아트21' 이나 방적공장을 재생한 '아이비 스퀘어'가 필요했는지는 이와 같은 문화적 창의력의 도시재생 능력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멈포드의 얘기를 언급하자면 '예술은 고양되고 상상력은 강화되는' 즉, 예술과 기술이 결합되는 이상향을 현대적 르네상스 도시로 그렸듯이, 문화와 예술의 상상력과 도시개발 기술이 조화롭게 결합되는 도시를 우리는 창조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화를 중심에 두고 도시의 분위기를 전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문화의 창조력을 도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창조도시적 전환은 더더욱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한 창조적 계층이 폭넓게 배치되어 있어야 하고, 이들이 만들어가는 창조산업의 비중이 도시를 견인할 만큼 늘어나야 한다. 더군다나 창조공간이 도시 곳곳에 형성되어 도시활력의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도시개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부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흐름들은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문화적 마을가꾸기 운동,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통한 공동체의 문화적 복원사업, 커뮤니티 뉴딜을 통한 마을단위 문화, 경제적 복합재생의 시도들은 창조도시의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들이다.
넓게 보면 부산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잠재력과 창조도시의 가치관은 큰 틀에서 친화감을 가지고 있다. 개방성과 관용성 등의 부인할 수 없는 기질은 더욱 더 그렇다. 이런 밑으로부터의 문화적 변화는 창조도시를 만드는 중요한 밑거름이자 부산사람들의 상상력을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친근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눈여겨 볼 일이다. 창조도시의 거대한 프레임을 선험적으로 설정하고 채워가는 방식도 있겠지만, 시민이나 자생적 조직단위에서부터 문화에 대한 상상적 열정을 만들어가는 그 자체가 창조도시의 자기발견식 도전이리라. 자! 도시에 대한 무한상상과 창조도시, 내 가까운 이웃의 문화적인 마을만들기에서부터 신나게 시작해보자.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팔거리(Arms length)에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부산시 창조도시본부가 있을 것이다.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