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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예고된 재선거, 비용은 국민 몫? /장재건

울산지역 구청장 등 재선거 비용 21억 원

당사자들이 물도록 관련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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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울산지역 정관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론조사 뒷돈 대기' 사건이 최근 대법원 판결로 결론이 났다. 대법원은 지난 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천석 울산 동구청장(한나라당)과 조용수 울산 중구청장(무소속), 박래환 울산시의원(무소속)에 대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5월 본란에서 지적한 재선거 실시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들은 지난 2월 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역의 한 언론사에 각각 500만 원씩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당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한나라당 소속 현직 단체장 3명과 시·구의원 4명 등 모두 8명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된 인사들 중 일부는 출마를 포기했고 나머지는 출마를 강행해 당선되거나 떨어졌다.

6·2 지방선거 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기소된 정천석 동구청장과 구의원 등 2명을 동구와 북구청장 후보로 공천했다. 북구청장 후보는 낙선했고 정 동구청장은 당선됐다. 조 중구청장과 박 시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됐지만 정 동구청장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전후한 울산지역 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 과정은 이처럼 뒤죽박죽이었다. 모두 5명인 울산지역 기초단체장 중 3명이 사건과 연루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비난여론이 들끓었음은 물론이다. 야권은 관련자들에게 공천을 줘서는 안 된다며 한나라당에 공세를 폈다. 따가운 여론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정 동구청장은 선거에 당선됐지만 끝내 물러났다. 정 동구청장은 민심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한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대법원 판결 후 한나라당은 '사법부의 판단을 수용하며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유감이다.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울산에서는 내년 4월 치러질 재선거 후보에 대한 말들이 벌써부터 오가고 있다. 재선거 열기가 점차 뜨거워질수록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이번 사건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재선거 공천 과정에서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말이 그대로 실현되리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선거만 치르고 나면 이제 재보선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불가피한 상황도 있긴 하나 상당수는 선거 전에 걸러질 수 있다. 하지만 선거 전 의혹이 불거져도 당선된 뒤 '100만원 벌금형'이라는 '커트라인'만 잘 피하면 된다는 계산으로 '유권자 심판' 운운하며 출마를 강행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사건으로 내년 4월 울산지역에서 구청장과 시의원 등 3명을 새로 뽑는 데 드는 비용은 무려 23억 원에 달한다. 당선무효로 재선거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로부터 환수할 수 있는 액수는 2억여 원에 불과하다. 선거 직후 지급했던 선거보전 비용만 환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21억 원은 시민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 관련자에게 재선거 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당선무효형이 예견되는 후보들을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공천한 한나라당과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 당사자들이 재선거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매번 재선거 때마다 이 같은 비용 문제가 제기되지만 개선된 것은 없다. 정치권은 오히려 '100만 원 벌금형'도 과하다며 당선무효형 기준을 완화하려고 줄기차게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시민단체 등의 개별 소송에만 맡겨두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이번 울산과 같은 사례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리한 공천을 한 당이나 무소속 출마 강행자 등에게 재선거 비용을 물리는 관련법 개정이 시급한 것이다. 100만 원 벌금형이라는 알량한 '커트라인'에만 우리 정치의 미래를 내맡길 순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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