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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어느 발칙한 여고생의 반란 /송문석

오죽했으면 여고생이 수상 거부…국가인권위는 새겨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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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총, 영복여고 3학년이라고 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사립학교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발칙하고 건방진' 여고생이다. 열아홉 이 여고생이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를 크게 한 방 먹였다. 정확히 말하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강펀치를 날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인권에세이 공모전 고등부에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오늘(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인권상을 주겠다는 것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학진학을 코앞에 둔 고 3 학생이 스펙이라면 코 묻은 초등학교 공작대회 장려상이라도 챙기고 싶은 판에 입학사정관의 면접을 통과하는 데 보증수표가 될 지도 모를 인권상을 거부하다니 놀라움과 궁금증이 솟았다. 그래서 그가 수상을 거부하면서 발표한 '현병철의 국가인권위는 상을 줄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찾아 읽어봤다. 내가 저 나이 때 감히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진지하고 당찼다.

김양은 "발칙하고 건방지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고등학생인 나도 느낄 만한 인권감수성도 가지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린 뒤 "인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이 박힌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서, 꽉 막힌 학교, 꽉 막힌 이 사회와 별반 다른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인권위가) 감히 인권에세이 수상자인 청소년들에게 '참 잘했어요. 그러니 우리가 상 줄게요'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현병철 위원장은 나에게 상을 줄 자격조차 없으며, 위원장으로 앉아 있는 한 인권위에서 주는 상은 받고 싶지 않다"고 수상을 거부했다.

내친 김에 김양이 쓴 에세이 대상 수상작 ''언론'은 있지만 '여론'은 없는 학교'도 읽어봤다. 학교방송은 2AM과 에프터스쿨, 팝송 같은 '건전한 음악'만 틀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는 '이상하다'며 틀지 못하게 하며, 학교신문은 편집과정에서 담당교사-학생부장-교감-교장으로 이어지는 검열과 재검열을 거치며 학교자랑 같은 뻔한 내용들로만 채워진 채 제작돼 기껏 급식 때 흘린 국물을 닦거나 창문 청소용으로밖에 쓰이지 못하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었다. 김 양이 학교에서 느끼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 학생 인권은 질식할 듯하다. 그런데 에세이에서 말한 인권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인권위가 상을 준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김 양의 생각인 듯하다.

인권의 날을 맞아 인권상 수상을 거부한 사람은 김양만이 아니다. 인권 표창장을 받는 '이주노동자의 방송', 인권논문상 일반부 우수상을 받게 될 '동성애자인권연대'도 수상을 거부했다. 인권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독립적 인권기구였던 국가인권위는 이명박 정부 들어 현병철 위원장 체제가 되면서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인권위가 '인권'의 잣대가 아니라 '정파'의 잣대를 들이대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을 잃고 정권을 호위하는 홍위병으로 전락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더니 급기야 인권위원과 전문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각계에서 자격없는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권을 침해한 인권위'를 인권위에 진정하겠다는 장애인단체가 있는가 하면 아예 '인권침해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라는 비아냥도 들렸다.

김은총, 그는 인권상 수상거부 뜻을 수상식 당일 밝히고 싶었지만 친구와 태국여행을 가기로 한 날과 겹쳐 성명서로 대신한다면서 여행을 훌훌 떠나버렸다. 한국에 돌아오는 13일 즈음에는 국가인권위원장이 더 이상 현병철이라는 분이 아니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요즘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후진' 것이란다. 낡아빠지고 후줄근하며 쿨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과 태도, 정치 행정 등 모든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젊은이들 눈으로 보면 21세기 첨단정보시대에 '불도저 정부'는 영락없이 '후지다'. 김은총 양이 바라는 소식이 13일까지 들렸으면 나도 좋겠다. 이명박 정부, 아니 대한민국 국격(國格)이 더이상 후지지 않기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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