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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멧부엉이의 몽상 /박희봉

'뜬구름' 대북정책, 근본변화 있어야

위기 부추기기보다 정부 냉정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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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그랬다. 이명박 정부는 대화나 소통에는 관심이 없었다. 위키리크스, 이 사이트가 내놓은 미국 정부의 외교문서는 이를 가감없이 보여 준다. '임기 말까지 남북관계를 동결시킬 각오가 돼 있다.' 이게 청와대 소식통이 전한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동결이라…. 아예 북한 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말이다. 보좌진들은 한술 더 뜬다. '대치상태가 벼랑끝이더라도 북한을 몰아붙이고 약화시킬 수 있는 진정한 기회'라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합, 참으로 단순한 계산법이다. 하기야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군비 증강책은 소련의 재정을 고갈시켜 결국 연방의 붕괴로 이어졌다. 허나, 소련과 북한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발가벗겨진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속내는 한 마디로 부엉이셈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잠에서 갓 깨어난 '멧부엉이의 몽상' 수준이다. 이들의 발언을 한번 뜯어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김정일 사후 2~3년 안에 북한이 붕괴될 것이다.' 머릿속으로야 만리장성인들 못 세울까.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몽상이 엄정해야 할 외교무대에서 사실인양 거론되는 건 황당하다. 에두르고 은유적으로 표현해도 동티가 난다. 하물며 허황된 가정하에 있지도 않은 상황을 단정해 말하는 건 자질이 결여된 탓이다.

중국과 관련된 발언들은 더욱 황당하다. '중국은 북한이 완충국가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리더들은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 북한 붕괴 때 미군이 진입해도 중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외교·안보 책임자의 입에서 나왔다. 순전히 '희망 사항'을 '팩트'처럼 늘어놓았으니 가당찮다. 중국의 일방적 북한 편들기는 이들의 희망이 '한낮의 잠꼬대'라는 걸 증명한다. '확전을 자제하라'는 안보회의나 보온물통을 포탄이라는 여당 대표, 희고 검은 것도 못 가리는 외교·안보라인은 참으로 많이도 닮았다.

이번 파문의 주연인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현인택 통일부장관. 이들은 대북 관계를 총괄하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브레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 개방, 3000'이란 구상을 초안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개방 경제체제를 유도해 10년 내 국민소득 3000달러를 올리도록 돕겠다…. 이 또한 발상 자체가 순진무구하다. 6자회담도 '핵 불능화', 즉 핵 시설의 용도폐기에 그치고 정작 핵무기엔 근처도 못 갔다. 그런 판에 '핵을 포기하면'이란 전제가 가능하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은 기다림의 전략, 곧 수수방관이다. 남북관계의 전면 단절을 선언해도 답은 기다림이다. 다만 '인내'라는 단어만 추가됐을 뿐이다. 소위 '전략적 인내'라는 것. '진정성'이란 단어도 곧잘 쓰지만 신냉전에 다름 아니다. 위키리크스 파문은 이를 잘 보여준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은 남북 간에 합의된 약속이다. 이유야 어쨌든 이행할 의무가 있다. 이를 깡그리 무시한 채 관계가 부드럽긴 힘들다. 오늘날 남북의 긴장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도발은 망동이다. 연일 계속되는 협박은 혐오증, 울화증을 유발한다.

그렇긴 하되 어차피 남북관계는 상호작용이다. 그렇다면 한 번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안보에는 타협이 없다. 허나, 외교는 다르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온전하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갔다. 외교는 초강경이면서 군사는 유약했다. 감당 못할 강경책은 하책 중 하책이다. 연평도 사건은 이런 어설픔이 빚은 비극이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 이미 상대에게 '패'를 다 보여준 상태에서 이를 고집하는 건 어리석다. 실패를 거듭한 외교·안보라인도 대대적인 손질이 있어야 마땅하다. 연평도를 요새화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일 북한의 추가도발을 경고하며 불안감을 고취시키는 것도 마땅치 않다. 모두가 '위기'를 말할 때 돌파구를 찾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무정(無情)이 대정(大情)'이라고 했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건 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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