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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노무현 정부의 지방을 그리며 /강재호

권력 지방분산은 21세기 시대적 조류

중앙집중 MB정부, 지방 말살시킬텐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7 20:32:5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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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지방분권과 지방분산을 특히 강조했다. 지방분권은 김대중 정부가 1999년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국가사무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해오던 것을 한층 더 촉진하겠다는 약속이었고, 지방분산은 박정희 대통령이 구상했다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에 착공하는 등 국가균형발전의 획을 긋겠다는 공약이었다. 지방분권을 둘러싸고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고 지방분산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해가 갈리곤 한다.

이들은 시대적인 의제였다. 일본은 1997년 지방분권추진법에 따라 지방분권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1999년 이른바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해 이듬해 시행했다. 이로써 근대국가 성립 이후 한 세기 이상 이어지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주종관계가 청산되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과정에 승인, 인가, 협의 등의 명목으로 끼어들던 국가의 온갖 관여가 크게 줄었으며, 국가가 맡아온 사무권한 중의 일부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이 일괄법은 하나의 법률을 제정하는 형식을 띠면서 실은 지방자치법을 비롯하여 지방분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475개 법률을 일괄 개정하는 내용이었다.

1997년에 등장한 영국 노동당 정부는 북아일랜드 정부에 이어 스코틀랜드 정부와 웨일즈 정부를 신설하여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에서 처리해 오던 국무의 상당 부분을 이들 자치정부에 이양하면서 주민에게 가장 가까운 준자치단체로서 우리의 읍면동과 크기가 유사한 교회구(civil parish)나 커뮤니티에도 법정 대의기구를 설치·확충하는 이중의 이양에 힘썼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도 1980년대 전반에 이어 제2막의 지방분권이 추진 중이었는데 거기서는 2002년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국정선거 공약에 따라 2003년 개정 헌법 제1조에서 '국가의 조직은 지방분권화된다'고까지 하기에 이른다.

수도 이전도 더러 추진되고 있었다. 1990년에 통일된 독일은 1994년의 수도기능이전기본법에 따라 1999년 연방의회 등을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말레이시아는 1995년 쿠알라룸푸르 교외에 신행정수도를 개발하기 시작해 1999년부터 수상부를 비롯한 행정 각부를 이전했다. 일본도 1992년 국회 등의 이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논의를 거듭해왔는데 2002년 당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던 세 정당 당수들은 이에 의기투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일본과 한국에서는 서로 다른 이유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지방분권과 지방분산에는 정치인 노무현의 개인적 역정과 철학도 짙게 담겨 있었다. 그는 학교교육에서부터 국회 제2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기까지 국가나 서울에 기반한 주류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이른바 정치사회의 비주류였다. 그리고 비주류도 하나의 세력이라 이 중에도 다시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인데 그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도 기꺼이 자임하곤 했다. 그래서 그는 국가로의 행정·재정적 집권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로의 분권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의 사회경제적 집중에 대해서는 비수도권으로의 분산이 필요함을 누구보다도 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방분권과 지방분산은 이명박 정부의 중심적인 의제에서 밀려났다. 종전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을 폐지하고 지방분권촉진위원회를 설치했는데 여기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정치권을 향해 지방분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도 이런 심정이리라. 그리고 지방분산의 상징적인 국책사업이던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간신히 제 자리를 되찾았지만 오랜 논란으로 매우 지쳐 있으며,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는 공공기관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여 각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변질되어 이에 따른 사업에 원기가 떨어졌다.

오랜 세월에 걸쳐 국가와 수도권에 너무 기울어 있어 노무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비수도권 쪽으로 조금 이동시킨 국정통할의 진자를 이명박 정부는 종전의 위치로 되돌려놓아 지방이 기력을 잃고 있다. 우리 모두 지방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비전과 모멘트를 찾아 나서자.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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