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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업적 국제결혼이 드러낸 한국 사회의 모순 /이한숙

급식비 지원에도 벌벌 떠는 정부가 중장기적 대책 세울 수 있을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01 20:48:4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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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 탓티황옥 씨가 한국에 온 지 8일 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무참히 살해된 이후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그러나 상업적인 국제결혼 중개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살인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때만 부산을 떠는 정부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처방을 마련할지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한국에서 한국인 남성과 아시아 지역 여성 사이에 국제결혼이 증가한 배경에는 국내에서 더 이상 이윤을 확보하기 힘들어지자 국제결혼 중개로 눈을 돌린 알선업체의 활약이 있었다. 결혼을 성사한 건수만큼 돈을 벌게 되는 알선업체의 이해관계는 결혼을 사고파는 관계로 전락시켰다. 한국인 배우자나 가족들이 이주여성에게 "너를 얼마 주고 사왔는데…"라고 내뱉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국적법은 외국인 배우자가 국내에서 결혼생활을 2년 이상 지속해야 귀화 신청이 가능하고, 한국인 배우자가 협조해야 안정적인 체류가 가능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남성이 배우자의 체류 자격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상황에서 평등한 부부관계란 애초에 기대하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가 폭력과 살인으로 드러난 경우도 이번만은 아니다. 2007년 남편에게 맞아 살해된 베트남 여성 후안마이 씨 사건과 한국인 부부가 위장이혼하고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은 후 쫓아내려 한 '씨받이' 사건은 당시 한국 사회를 경악게 했고, 2007년 12월 '결혼중개업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베트남 현지 여론이 악화하자 캄보디아 여성과 국제결혼이 증가했다. 급기야 2008년 4월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인과의 국제결혼 서류발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다시 네팔 여성과 국제결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거짓정보 제공 금지, 외국 현지 법령 준수 등은 이미 2007년 제정된 법률에 포함된 것들이다. 실효성 있는 처벌과 피해자 구제 방법이 빠져버린 형식적인 법률은 현실을 개선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새로운 대책이라면 국제결혼을 준비하는 내국인에게 사전 소양교육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대책은 정책 입안과 실시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없다면 오히려 국제결혼가정 모두를 잠재적 문제 집단으로 낙인찍는 결과만을 낳을 수도 있다.

정부는 중장기적 대책까지 마련하겠다고 한다. 상업적 국제결혼이 낳는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집약해 드러내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닐 듯하다. 한국 사회는 국회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경악할 만한 성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데도 의원 자리를 지키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사회이다.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한국 사회의 여성관이 가난한 나라의 아시아 여성을 돈으로 사올 수 있다는 사고를 단단하게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취약한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인해 노인 봉양, 어린이 양육, 환자 간병은 여전히'집안'문제이고, 집안 내에서는 주로 여성의 책임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결혼이 부담스러운 한국인 여성들은 결혼 자체를 기피하면서 적령기 여성의 미혼율이 60%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취약계층의 남성들은 더더욱 결혼하기 힘들어지니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도움을 받아 아시아 지역 여성과 결혼하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 사회는 한국인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가사도우미, 보모, 간병인의 역할을 이주여성에게 떠맡기고 있다. 한국 사회가 그들에게 부여한 정체성도 외국인 며느리, 신부, 어머니다. 탓티황옥 씨 사건에 대한 수많은 언론 보도와 기사 제목은 베트남 '신부'로 시작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맞아 죽은 뒤에도 외국인 '신부'의 굴레를 벗을 수 없었다.

상업적 국제결혼 중개에 대한 중장기 대책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대책과 같이 가야 한다. 그나마 점점 수가 줄고 있는 어린이들의 급식비 지원에도 벌벌 떠는 정부가 사회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떤 중장기적 대책을 세울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알 일이다.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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