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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나쁜 역사의 반복 /이명원

늘어난 백색테러, 냉전으로의 회귀, 경찰국가화한 사회

마치 이승만 정부 재림 보는 듯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27 21:33:4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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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중도실용의 기치를 내걸고, 경제성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등장했을 때, 그 호소의 진정성을 일단 믿어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대다수의 분석자는 2007년의 대선이 '뉴타운 선거'였다고 말하고, 그것이 진실에 가까웠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산업화→민주화→선진화'로 이어지는 한국사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절반의 임기를 지나고 있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역사는 오히려 산업화 이전으로 퇴행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의 이승만 정부와 유사해 보인다. 나쁜 역사의 반복이다.

국가정체성의 확립이라는 명분을 토대로 국민과 비국민을 가르는 역사의 패착이 반복되고 있다. 외교통상부장관이 야당을 지지한 젊은이들에게 "어버이 수령" 운운하면서 "북한 가서 살아라"고 일갈한 것이나, 국방장관이 "정부나 군과 같이 권위 있는 기관을 안 믿으려는 국민이 30% 있는 나라를 이끌어가기 힘들다"고 한 발언 모두 '비국민 솎아내기'의 전형적인 안보독재적 발상이다.

민주적 리더십이 부재하므로 사회가 경찰국가화하는 것 역시 유사하다. 2008년의 촛불항쟁 이후 대도심에서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경찰버스와 의·전경을 보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대학생들이나 시민사회 단체의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군중이 운집하는 문화행사에 가장 흔하게 출현하는 것은 이들이다.

때로는 가스통으로 때로는 각목을 들고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현장이나 소수자들의 생존권 집회에 나타나 위협과 폭언, 폭력을 서슴지 않는 백색테러도 늘고 있다. 4대 강 반대시위에 나섰던 국회의원이나, 천안함 사건의 객관적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참여연대의 정책위원장이 당한 폭행은 아주 흔한 사례이다. 용산참사에서 경찰과 용역이 진압작전에 함께 동원되는 데서 더 나아가 경찰특공대까지 투입될 지경이면 할 말이 없다.

법적 근거를 넘어선 '그림자 권력'에 의한 사찰과 감시 역시 이승만 정부를 연상케 한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적 사찰은 이들 민간인들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형님을 2선퇴진하라고 요구했던 여당의 국회의원들, 그 의원의 부인까지 사찰할 정도로 집요했다.

냉전적 대북관계 역시 이승만 정부를 연상케 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기화로 북한에 대한 대결적 안보정국을 초래했지만 외교전에서는 실패했다. 미국과의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은 물론 미중 간의 불필요한 안보 헤게모니 다툼에 휩쓸려 한반도 리스크를 첨예화하고 있다.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은 점입가경이다. 대변인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마사지하고, 왕조시대도 아닌데 '영일대군'의 닉네임이 등장하고, 이른바 친이 직계들 사이에 때로 으르렁거리고 눈물도 흘리는 등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게다가 이 정부에는 실정에 책임지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세칭 '세종시 총리'로 불리는 국무총리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다. 천안함 사건을 책임지고 백의종군해야 마땅할 국방장관은 감사원과의 설전도 불사하며 의연하다. 인사의 난맥상은 '고소영'과 'S라인'의 회전문, 돌려막기, 보은, 낙하산 등으로 얼룩져 있다.

이런 와중에 연예인들이 수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는 것은 더욱 기이한 일이다.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같은 연예인들이 무슨 '투사'도 아닌데, 방송국들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광대들의 재능을 싹둑 자르고 있다.

정부의 보도자료를 받아쓰고 있는 뉴스를 보면 경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의 숱한 재정적자와 부동산 폭락과 금융부채에 허리가 휘고 있는 대다수 서민들의 고통은 어디서 오는가. 낙수효과라는 것이 있다던데, 그 많은 성장의 과실은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가 이 거대한 민심이반의 징후로부터 경계를 얻지 않는다면, 이 정부의 앞날은 매우 어둡다. 문제는 그것이 단지 정권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승만 정부의 전철을 따라가면 안 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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