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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이러면 직장 내 성희롱인가요? /주경미

집 나온 소녀들과 결혼이민자 다룬 후속취재기사나 심층기획 보고싶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27 21:28:4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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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업무로 만난 어떤 남자 박사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일을 마무리할 때였다. 농담 끝에 헤어질 무렵 '이러면 직장 내 성희롱인가요?'라고 묻길래, 이 말도 농담인가 싶어 잠시 망설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기초적인 설명을 좀 했다.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성적으로 불편 부당 불쾌를 느꼈다면 성희롱이 성립하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고, 전혀 다른 직장 소속이라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으며, 통상 직장 내 성희롱이란 조직 내 위계를 이용해 상사가 부하직원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놀랍게도 이 남자 박사는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고 했다. 그는 내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 몰라서 물은 것이었다. 비록 업무가 여성 가족 분야와 동떨어져 있지만 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40대 남성이 이럴진데, 하는 생각이 들자 지금까지 성희롱 예방교육의 대상자를 선정할 때 뭔가 빈틈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성폭력 예방 교육이 어린이나 여성처럼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집단에게 집중된 반면, 성폭력을 근절하거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교육이 소홀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7월 들어 여성에 대한 집요한 성적 괴롭힘이나 잔인한 폭력에 관한 기사가 자주 실렸다. 그 중에서 후속보도나 심층취재가 필요하다 싶은 기사 두 가지를 간추려보았다.

지난 8일 국제신문 9면에 한 30대 남성이 가출소녀를 성폭행하고 9개월간 농락하다가 탈출하자 경찰에 신고까지 한 대담한 범죄가 짤막하게 실렸다. 기사를 읽고 나니 소녀가 신고를 너무 미루었다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가출소녀 중에는 근친으로부터 성적인 괴롭힘이나 폭력을 피하려고 가출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된다. 이 소녀는 이런 사례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전한 곳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혼자 중얼거려도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는다. 사건이 보도된 지 20여 일이 지났으니 이 소녀가 신고를 미룬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지, 아울러 다른 가출소녀들은 왜 가출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등에 대해 후속 취재나 기획기사가 있었으면 한다.

지난 15일과 16일에는 결혼한 지 8일 만에 정신질환을 앓던 한국인 남편에게 피살당한 베트남 신부 탓티황옥 씨 사건이 연속 보도되었다. 이번 사건의 경위,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의 폐해, 열악한 국제결혼중개업체의 현주소, 줄을 잇는 조문행렬, 유해를 안고 고국으로 돌아간 베트남 유족들, 결혼중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체계화하겠다는 부산시의 각오 등이 다각도에서 충실하게 다루어졌다.

좀 더 욕심을 부려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미 일어난 사건뿐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 심층취재를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가령 몇 년 전만 해도 결혼이민자 중에 가출한 여성들은 공장이나 식당으로 갔지만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곳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이 여성들은 성매매 현장에서 도망친다고 한들 돌아갈 집도, 반겨줄 남편도, 자활할 수 있는 지지기반도 전혀 없을 고단하고 막막한 처지가 눈에 그려진다. 앞으로 이 여성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어떤 사회문제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우려스럽다.

요즘 들어 여성이나 아동을 대상 삼은 각종 범죄가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는 현상은 이런 범죄가 급작스럽게 증가해서라기보다는 희생자와 주변사람들이 더 이상 피해 사실을 가슴에 묻는 대신 경찰이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하고 시민단체에 도움을 청하는 일이 늘었고, 그것을 언론이 주목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면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사건을 보도하는 것 이상의 후속취재나 기획기사를 바라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듯이 앞으로도 큰 역할을 맡아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여성가족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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