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의지'.
한국과 미국이 25~28일 천안함 사태에 대응해 벌이는 합동 군사훈련의 작전명칭이다. 이름도 거창한 이 작전명칭은 낯설지가 않다. '단호한 타격', '영원한 자유', '무한한 정의', '영웅적 공격' 등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즐겨 사용했던 군사작전 이름들이다. '불굴의 의지'라는 이름만 보면 마치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수행했던 군사작전을 한반도로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다.
김태영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한미 국방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25일부터 나흘 동안 동해상에서 한국 미국의 육·해·공군, 해병대 병력 8000여 명과 함정 20여 척, 항공기 200여 대 이상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연합 해상 및 공중 전투준비태세'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무력시위를 보여주려는 의도다. 여기에다 미국은 독자적으로 앞으로 2주 내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활동의 돈줄을 차단하는 패키지 제재 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한국과 미국은 전례가 없는 양국 간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갖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한 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과거의 어떤 보수정권도 지금과 같이 미국과 찰떡궁합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후 한국과 미국이 출구전략 즉, '포스트 천안함' 전략을 마련해 전쟁의 먹구름을 날려버릴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의 실망감이 역력하다. 유엔안보리의 의장성명은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에 두 나라가 추진하기로 한 해상, 육상, 공중에서의 강도 높은 군사훈련과 대북 제재조치는 이런 권고내용과도 거리가 멀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 "한·미는 북한을 6자회담에 나오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제재'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이 북한에 고통을 줄 수 있는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대북 무력시위, 제재가 북한을 대화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단선적, 강경일변도 정책은 동북아 역내 평화의 파괴와 남북관계 단절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하고 있는 북한 대표단은 "많은 공격무기를 장착한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한 이상 한미연합훈련은 더 이상 방어훈련이 아니다"며 "미국의 군사조치에 대해 물리적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대화와 전쟁에 다 준비되어 있다"고 호언했고,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도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식의 보복성전'을 다짐하는 등 대미 강경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이미 한·미가 서해에서 실시하려던 연합훈련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한미 vs 북중' 냉전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북한은 이제 중국에 기대서 연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북중 간 경제교류의 확대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남북관계에서 남한의 대북한 지렛대 기능과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한미 동맹만으로 복잡한 방정식과 같은 북한, 나아가 통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은 언제든 대한민국의 앞을 가로막는 벽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는 국가의 자존이 무너진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남북한 모두 자의든, 타의든 외세에의 의존이 깊어지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한미동맹 혹은 북중동맹의 벽'을 넘어설 열쇠는 남북관계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한미동맹도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역내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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