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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론] 유엔기념공원, 이스탄불과 부산 /하태영

아파트·골프장에 둘러싸인 묘역

역사·예술 포용해야 명품 해양도시 될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13 20:49:4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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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사들에게는 어머니가 있다. 병사들의 희생은 그들 어머니의 가슴에 아직도 고통과 슬픔으로 남아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 추모관에서 상영 중인 15분짜리 다큐멘터리의 첫 장면이다.

지난달 초 터키 이스탄불을 다녀왔다. 37개국이 참석한 형사법 국제학술회의가 있었다.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이지만 영원한 수도는 역시 이스탄불이다. 이스탄불은 동서양이 만나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매혹적인 도시다.

이번 터키 방문에서 부산과 관련해 많은 것을 느꼈다. 하나는 항구도시가 어떻게 이처럼 역사와 예술을 간직한 채 자연적으로 발전했는가 하는 점이다. 바닷가 주변은 아름답고,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도시가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유람선은 종류만 수십 종이었다. 선박 건조 1위라는 우리나라에서 보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관광유람선들이 하루 종일 다녔다. 부산의 성냥갑 같은 고층아파트와 이스탄불의 그림 같은 집들이 비교되면서 해운대와 태종대를 오가는 유람선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부산항은 천혜의 자연적 입지 조건을 두루 갖춘 세계적 양항(良港)이고, 대한민국의 보물이다. 한반도 종단 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가 이어질 경우 유라시아 최대 관문이자 해상물류와 육상물류의 기착점이자 종착점이 된다. 항구도시에 필요한 문화관광산업의 콘텐츠는 해안경관의 정비와 함께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6·25 참전국 젊은 리더들과 함께하는 부산 인맥 프로그램 구축이다. 학술행사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이스탄불 변호사협회 사무총장은 자기 휴대전화에 동영상으로 저장된 유엔기념공원의 터키용사 기념비와 광안대교를 보여 주었다. 이 젊은 변호사는 터키와 한국은 형제국가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부산은 6·25와 유엔기념공원을 매개로 참전국들과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6·25를 모른다고 젊은이들을 꾸짖을 것이 아니다. 6·25의 의미와 평화정신을 제대로 가르쳐 주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참전국의 각 분야 젊은 리더들을 초청하여 부산을 알리고, 부산의 젊은이들에게 만남의 장을 열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부산시의 역할이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언젠가는 '전쟁과 평화' 그리고 '희생자인 어머니의 휴먼스토리'가 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때 6·25 참전국의 젊은 영화인들도 초청하자. 중국과 러시아의 젊은 리더들도 초청하면 좋을 것이다. 그들도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부산 문화를 세계와 넓게 소통시키는 시작이며 부산이 세계 속의 평화도시로서 부산다워지는 길이다. 그 과제를 부모님 세대가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려 하지 못했다면 다음 세대가 나서야 한다. 유엔기념공원에 담긴 이 평화의 정신만 잊지 않는다면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 또한 넓어질 것이다.

지난주 유엔기념공원을 다녀왔다. 묘역 맞은편에는 골프장이, 좌우에는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전체 묘역과 주변 배경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 환경은 열악했다. 선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도시계획이었다. 성지(聖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역사에 대한 철학이 있는 지도자라면 공원 주변은 21개 참전국들이 참여한 국제마을과 국제문화센터가 조성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국제비즈니스센터와 대학들이 연계되고 역사문화관광특구가 좌우로 펼쳐지면서 도시발전이 가속되었을 것이다. 이 특구가 해운대구와 동구 그리고 진구로 이어졌다면 부산은 세계적 평화도시로 이미 성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달 부산을 방문한 6·25 참전국 언론인들의 말이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한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 말의 의미를 겸허하게 새긴다면 참전국 후손들과 세계인들은 훗날 우리를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시민'으로 부를 것이다. '강한 부산'도 좋지만 약자를 배려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유엔기념공원의 정신을 잊지 않고 미래를 준비할 때 부산은 '고통과 슬픔을 평화로 승화한 세계 속의 도시'로 발돋움하리라 믿는다. 역동성과 역사성, 예술과 다문화를 포용하는 것이 '위대한 명품 해양도시' 부산 아닌가.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법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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