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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우리들의 인생통계기록부 /김충락

얼마나 거짓말하고 악한 행동을 했는가

나 자신에 대한 기록, 車·가계부보다 중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12 22:10:5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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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간의 평균수명은 70년 이상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산다. 후대의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훌륭한 사람도 있고 사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수십 년을 감옥에서 보내다 숨을 거두는 사람도 있다. 엄청난 부를 소유하며 온갖 영화를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수 십 미터 줄을 서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같은 모습의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삶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다양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어린이와 늙은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들 모두에게 공통된 유일한 점, 그것은 하루에 세 번 먹어야 하고 또한 하루에 몇 번 배설해야 하며 하루에 몇 시간 이상은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인간이라면 이런 육체적 현실에서 잠깐 이탈할 수는 있어도 결코 오랜 시간 피해 갈 수는 없다. 이것은 인간에게 숙명적인 것이다.

모든 인간에게 매일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 문제를 놓고 하루의 단위시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그 양을 기억하고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은 오늘 하루 계란 한 개, 쌀밥 두 그릇, 김치 100g, 삼겹살 200g, 우유 0.5ℓ, 커피 두 잔, 물 2ℓ, 사과 반 개, 귤 두 개 등을 섭취했고 대변 200g, 소변 1ℓ를 배설하였고 7시간의 잠을 잤다. 여기에다 한 갑의 담배를 피웠고 맥주 2병과 소주 반병을 마셨다. 이러한 사실을 일주일 정도의 단위시간으로 확대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추론할 수 있으며 또한 실제로 계산해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 시간을 70년 이상의 평균수명으로 확대해 보자. 짐작건대 이를 구체적으로 계산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근사적인 계산은 가능하다. 음식의 섭취는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만 배설의 양과 수면시간은 상대적으로 매우 유사한 값을 가질 것이다. 평생 섭취한 음식물의 양을 구체적으로 환산해 보자. 75년간 홍길동은 소 2마리, 돼지 20마리, 닭 1000마리, 계란 1만 개, 쌀 5t, 사과 5000개, 수박 100통, 고추 3만 개, 담배 10만 개비, 맥주 1000ℓ, 소주 1000병…. 한 인간이 평생을 살면서 먹어 치우는 양을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숫자로 나타내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디 먹기만 하는가? 배설물의 양을 전부 합하면 컨테이너 10개로도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이렇듯 한 인간이 평생 엄청난 양을 먹고 배설하면서 삶의 터전인 지구의 환경을 심하게 오염시킨다. 이는 고대광실에 살다간 사람이나 지하 단칸방에 살다간 사람이나 피해갈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자신에 대해 이러한 인생 통계를 구해보자. 이렇게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고 또한 배설하면서 난 과연 얼마나 값진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난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으며 몇 곡의 고전음악을 감상했는가? 남을 위해 몇 시간 봉사를 하였고 이 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평생 지구 몇 바퀴에 해당되는 거리를 운전하면서 얼마나 많은 배기가스를 배출하였는가?

아니 이러한 반성은 너무 사치스러운 것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 통계 자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아닐까? 난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의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남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을까? 어떤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마치 전문가인 양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였는가?

생존해 있는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해 섭취하고 배설해야 함은 불가항력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지해 온 육체로부터 악하고 추한 행동이 표출되고, 세 치 혀로 뿜어져 나오는 나쁜 말과 거짓말은 인간 사회의 본질적인 오염원이다.

일기를 쓰자. 먹고 말하고 행동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자. 이렇게 기록된 것을 한 달 단위, 일 년 단위로 정리해 보자.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가계부, 차량정비에 대한 차계부 등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기록, 가칭 인생통계기록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부산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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