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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문화는 왜 없나 /박희봉

시민 창의성이 변화의 추동력… 예술 접목해야 부산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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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관통하는 하나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시원스러운 답을 찾기는 힘들다. 도시 전체를 포괄할 이미지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색무취의 도시'인 셈이다. 해양도시, 영화도시라 할 수도 있으나 아직은 일부분일 뿐이다. 전통산업이 몰락한 이후 수십 년 동안 발버둥쳐왔으나 활로가 보이지 않는 건 지향점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정말 아쉬운 점은 앞으로도 별 달라질 바가 없다는 것이다. 허남식 시장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꼭 찝어 이거다 하는 특징을 찾기가 어려우니 하는 말이다. 물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창조도시' 개념을 도입했다. 민간인 부시장 자리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경제와 산업에만 중심이 두어져 있을 뿐 근본적인 틀의 변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개방직을 늘리는 건 관과 민의 협치라는 개념에서 보면 일단은 환영할 만하다. 하나, 이것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예전에도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 주도의 의식이 민 주도로 바뀌지 않는 한 협치는 하나 마나다. 삼성전자 전무 출신인 윤창현 부산경제진흥원장이 중도하차한 건 상징성이 적지 않다. 자리만 주고 힘과 권한을 주지 않으니 '얼굴 마담' 이상의 의미는 없다. 부산시의 인사와 행정을 보면 아직도 민은 졸에 불과하다. 이런 구시대적 사고로는 도시 대개조가 힘들다.

최근 들어 부산시가 협치의 개념을 확대하고 있는 건 그나마 고무적이다. 부산시는 환경분야 10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협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소위 '무지개 프로젝트'라 하여 환경거버넌스, 환경산업, 탄소중립도시, 그린네트워크 등 7대 과제도 정했다. 시 조직에 그린웨이와 산복도로 르네상스 전담조직도 만들었다. 환경에 악센트를 주어 다행이지만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도시 대개조가 성공하려면 관이 틀어쥐고 있는 권력부터 내놓아야 한다. 중앙정부를 향해서는 분권을 요구하면서 지방정부의 권한을 계속 유지하려는 건 자가당착이다. 문화재단을 만들었지만 변화를 실감할 수 없는 건 이런 게 주요인이다. 손발을 묶어놓고 뛰라고 하니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자리와 권한에 완강함을 유지한 채 민간의 전문성과 자유분방함,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지켜도 도시의 면모는 일신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그 좋은 예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복잡성, 다양성, 역동성이라고 한다. 세상은 변화무쌍하고 복잡다단해졌는데 20세기적 사고로 어떻게 변화를 주도하겠는가. 변화의 의지를 보이려면 부산시 산하 공기업이나 유관 기관장부터 의지와 식견을 가진 인물로 일신해 보라. 그것만 바뀌어도 변화를 실감한다.

동부산과 서부산 개발, 북항, 신공항, 금융도시 등 산적한 현안들에 문화적 창의성의 옷을 입히는 건 어떤가. 아마도 상당한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민의 창의성은 곧 변화의 추동력이다. 부산의 색깔을 일신하려면 '문화총수'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이 나서 도시 전면에 문화의 색깔을 입히면 창조도시는 절로 이뤄진다.

그럴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은 우문에 불과하다. 베를린자유대 종신정교수인 박성조 교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 같은 사람 열만 있으면 부산을 바꿀 수 있다." 그의 경륜과 식견으로 볼 때 허풍이 아니다. 찾아 보면 인물은 있다. 출향인사도 있을 테고 꼭 부산사람일 필요도 없다.

'경영은 예술이다'. 일본 마쓰시타 그룹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한 말이다. 경영자는 예술가적인 창의성을 지녀야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옥션을 성공적인 기업으로 이끈 이금용 사장은 문화를 모르면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규정했다. 창의성은 문화적 감수성에서 오는데 이게 없으면 모순된 현실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창조 경영은 비단 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의 도시들을 살펴 보면 문화적 감수성은 도시 경영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스페인의 빌바오, 영국의 리버풀 할 것 없이 문화와 생태가 빠진 명품도시는 단 한 곳도 없다. 문화적 마인드가 없는 도시는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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