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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병주고 약주는 산소의 두 얼굴 /권태우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네 세상, 산소 성질 통해 이치 배운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14 21:46:2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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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달아오르게 했던 6·2지방선거 열기와 천안함 의혹 논쟁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월드컵 축구경기와 각종 야외행사들이 6월을 또다시 바쁘게 밀어내고 있다. 자외선이 강하게 내리쬐는 요즈음은 직접적인 피부노출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장시간 태양에 노출되는 것은 피부암 등을 유발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자외선 차단용 크림에는 산소가 붙어 있는 아연(Zn) 혹은 타이타늄(Ti) 계통의 물질을 넣어 피부를 보호하기도 한다. 산소(O) 세 개로 이루어진 오존(O₃)은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대기에서는 태양의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하여 막아주는 기특한 일을 하지만 워낙 불안정한지라 쉽게 분해되면서 우리가 숨쉬는 착한 산소로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반응성이 큰 활성산소로 변하면서 많은 물질들을 공격하여 들어가 붙기도 한다.

우리가 마시고 사는 공기 중의 산소의 존재는 영국의 신학자이며 화학자인 프레스틀리(1733~1804)에 의하여 처음으로 실험, 연구되고 발표됐다. 최근에는 산소가 CF 광고나 노래가사에 젊음의 생명과 신선함을 유지하는 '산소 같은 여자'로 표현되어 단골로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없다면 그래도 얼마간은 버틸 수야 있겠지만 산소가 없다면 단 몇 분도 못돼 생명을 잃게 되니 이래저래 산소는 우리에게 절대적인 의미로 매우 친숙하고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주변에 산소가 널려있는 까닭에 많은 물질들은 산소와 쉽게 결합하면서 산화된다. 산화란 학문적으로는 분자, 원자 또는 이온이 전자를 잃는 것이라고 어렵게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어떤 물질에 산소가 붙으면 산화반응인 것이다. 탄소에 산소가 한 개 붙으면 일산화탄소, 두 개가 붙으면 이산화탄소가 되며 이는 탄소가 산화된 것이다. 한 여름철에 알콜(CH3CH2OH)이 대략 6~8% 정도 포함돼 있는 막걸리를 공기 중에 오래 놓아두면 시금털털한 식초맛을 내는 초산(CH3COOH)으로 변질되는데 이것도 산소 한 개가 더 붙어 산화과정이 일어난 것이다. 철(Fe)에 산소가 붙으면 철을 부식시키는 성질의 붉은 녹(Fe2O3)의 산화반응이 일어나고, 알루미늄(Al)이 산소와 반응하면 표면이 하얀색의 얇은 산화알루미늄으로 산화된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방법 역시 선체에서 발견된 산화알루미늄을 X-레이 분석 결과로 밝혀낸 것이다. 즉, 알루미늄 가루가 들어 있는 폭약이 급속 팽창하는 동시에 공기 중의 산소와 산화반응을 일으킨 흔적을 증명한 것이다. 산소와 결합된 결정형의 산화알루미늄은 금강석 같이 단단해서 절삭 기계공구의 부품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붉은빛을 내는 루비, 푸른빛의 사파이어와 같은 천연광물 형태로도 얻어지면서 대접받는 보석도 된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착하고 선량한 산소가 있는 반면에 햇빛 등에 의한 분해로 쪼개지는 산소는 불안정하고 유해한 활성산소가 된다. 활성산소는 소독약으로 쓰이면서 세균박멸 해결사 노릇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체 내의 건강하고 젊은 세포에 자꾸 붙으면서 산화되어 생체조직의 정상적인 기능을 저하시키거나 암을 유발해 결국 생명을 서서히 죽이는 노화과정의 주범이 된다. 이런 나쁜 산소들을 포획하는 경찰 역할을 하는 것이 토코페롤과 같은 항산화물질인데 활성산소가 세포에 붙는 것을 방해하면서 노화 속도를 늦춘다.

누구나 태어났을 때는 축복받는 귀여운 아기 였듯이 처음부터 착한 산소, 나쁜 산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지 않더라도 어차피 까마귀떼들이 백로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우리네 험한 세상처럼 산소에 따라 붙는 주위 친구들의 조건에 따라 병도 되고 약도 될 수 있는 극과 극의 결과를 보면서 산소를 통해 세상이치를 배운다. 우리는 산소 덕분에 하루 하루 생명을 이어가지만 산소로 인하여 육신도 늙고 결국은 부패해 가고 있으니 산소의 존재는 가히 생명의 절대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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