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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의 자화상 : 우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자 /박성조

선진국 되기에만 물불안가리는 한국

겸손한 자세로 다른 나라 도와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4-14 20:20:5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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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영웅적 희생'을 한 모든 분들에게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연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아직 없어 당혹스럽다. 천안함 사건에 관한 우호국가들의 관심이 - 신문에 발표된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 전무한 상태다. 한국의 우호국가들은 어디에 있는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는 한국에 도움을 주겠다는 우호국은 왜 없는가. 한국에서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개최한다고 야단인데도 대부분의 나라는 무관심하다. 우리는 그들의 무관심을 탓할 수 없다. 이유는 우리에게서 찾아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우호국가'는 무엇을 뜻하는가. 동맹국을 의미하는가. 또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인가. 동맹과 가치관의 공유는 특정국가의 국제관계에서의 철학과 행동으로서 영원히 예약될 수 없다. 우리가 뼈저리게 알아야할 사실은 국제관계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무질서한 혼란상태'라는 점이다. 즉, 이기주의자들 간의 경쟁을 말한다. 쉬운 예를 든다면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공식적 태도에, 중국의 동북공정에 우리는 실망을 거듭하고 또 거듭한다. 실망은 항상 우리들의 몫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동북아 국가 간의 거버넌스(협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금 한국은 사생결단 '선진국'이 되고 싶어한다. G20회의를 주최하고 선진국에 진입하면 국제관계에서 이기주의는 없어지고 우호주의만 남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선진국이 되는 것과 국제관계에서 이기주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기에 G20을 통하여 점차 무게를 갖는 보호무역주의를 해결하겠다는 기대는 금물이다. 왜냐하면 G20의 대부분 회원국이 민주국가이며 민주주의는 '이익단체들 간의 경쟁을 통한 합의'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이타주의가 아니다.

선진국이 되는 것은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본다. 독일은 통일, 유로화 도입, EU헌법 도입 때 '국민의사'를 묻지 않고 의회를 통해 밀어붙였다. 그 후유증으로 '국민의사라는 것은 허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져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가 평균 3분의 1을 넘는다. 한국이 지금 여러 면에서 신음하는 괴로움은 지도자들의 목적과 수단의 무분별과 혼동에서 기인한다.

필자는 세계의 거울에 나타나는 한국이 '그렇게 부유하지는 않으나 행복하게 살면서 다른 나라에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가해하지 않고 그들을 겸손한 자세로 돕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그 때문에 우리는 '한국이 가고있는 목적지가 어딘지'에 관하여 소통하며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 목적의 내재성에 관한 토론이 절실하다. 우리는 '단기적 번영'에 의한 히브리스(오만)에 사로잡혀 있다. 네메시스(Nemesis) 여신이 우리를 재앙과 불행으로 유도하는 히브리스로부터 구제해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타국과 타국민의 도움과 희생으로 번영해왔고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이타주의를 외교정책은 물론 국시의 불가결한 일부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솔선하여 인류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철학을 정의하고 우리 스스로의 기여전략을 세워야 한다.

칸트는 계몽주의를 말하면서 "인간이 '군주(독재)의 힘'으로부터 벗어났으나 미성년으로 남아 있는 것은 게으르고 비겁하기 때문이다. 또 미성년으로 있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라고 설파했다. 칸트의 호소는 한국의 '미성년적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창피하게도 '선진국의 척도가 되는 개발원조에의 기여도'를 보면 한국은 OECD 22개국 중 꼴찌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은 21위다. 두 수전노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근원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도 이들 두 '지구온난화 범죄자'는 나란히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이기주의에 탐닉되어 우리만이 '이익극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만은 열등감의 자아의식이다. 독일어에 오만을 'arroganz'라고 한다. arro는 그리스어로 '바보'란 뜻이고, ganz는 '매우'란 뜻이다. 아주 바보란 말이다. 왜 우리가 아주 바보란 말인가.

베를린자유대 종신정교수·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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