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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이비 기준과 진짜 기준 /이지양

`신토불이`는 품질기준 못되고 교육개혁은 방향조차 불분명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30 20:47:3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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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身土不二)'는 이제 어엿하게 국어 자격을 승인받은 단어가 되었다. 전자사전이나 컴퓨터에 등록된 국어사전은 물론 책으로 간행된 국어사전에도 등록되어 있다.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생활에서는 '체질에 맞다'는 성분 문제를 넘어 '우리 땅에서 나는 것이라서 좋은 것'을 통칭하는 말처럼 쓰인다. 위생적이고, 신선하고, 청결한 음식물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신토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한우는 물론 돼지고기, 콩기름 등등 무엇이든 국산을 강조하는 모든 광고가 그런 맥락이다. 그 결과 음식에서 만큼은 대체로 '국내산 최고, 외국산 별로'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 외국산과 외제품을 귀하게 여기고 국내산 국내품을 우습게 여기던 시절에 비하면 감격스러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신토불이는 음식물의 품질구분 기준이 될 수 없다. 생산지 표시는 안전한 음식물을 인증하는 데 있어 그야말로 아주 작은 한 요소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이 마치 안전한 음식물을 보장하는 것처럼 전면에 등장하면 우리는 진짜 기준을 놓쳐버리게 된다. 그것이 있어야 할 원래의 비중이나 크기보다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로 편들기이며, 그 편들기는 잘못된 줄을 세우고 나쁜 짓을 할 틈을 제공하기에 주의해야 한다.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물을 구분하는 최우선 기준이 어떻게 생산지가 될 수 있겠는가.

인류의 역사를 크게 보면 사람이 사는 곳에서 진짜 소중하고 좋은 것은 교류되었으며 나누어 가져왔다. 그 첫 번째가 당연히 먹을거리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외국산 과일이 수입되어 처음에는 왕실이나 귀족 집안의 제사상에 오르다가 다음에는 서민에게도 번져나갔다. 그것은 우리나라 역사서에서도 확인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수박이다. 아프리카 원산의 수박은 아랍과 징기스칸의 원나라를 거쳐 고려시대에 서과(西瓜)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음식물이 해외 원산지의 것은 모두 못 믿을 것이고 우리 땅에서 생산된 것은 다 미더운 것이라면 어떻게 수입 유통되고, 이식 재배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음식물의 진짜 기준은 생산지가 아니라 품질의 우수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산, 유통, 관리를 거쳐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품질의 우수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산도 좋은 생산물이 들어와 편견 없이 공정하게 유통될 것이고, 우리나라산도 좋은 생산물을 길러내어 제값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므로.

엄격한 품질 검사를 제 1원칙으로 확립한다면 어찌 외국산을 국산이라고 속이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런 속임수의 틈을 제공해준 것이 바로 '신토불이'의 과잉 적용이다. 음식물의 품질검사가 동일한 표준으로 정직하게 이루어지면 가장 직접적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인데, 왜 복잡하게 생산지를 기준 삼는가.

신토불이는 기준이 과잉 적용된 것이지만, 기준은커녕 방향조차 알 수 없는 것은 교육개혁이다. 정부에서는 교원평가, 대학평가를 통해 성과급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모두 돈을 당근과 채찍으로 삼아 개혁을 시도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어떤 인간상을 기르겠다는 것인지, 진짜 기준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어떤 인간형이 육성되기를 원하면서 평가하고 개혁하려는 것일까.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 운운하지만 그것은 교육의 한 부분일 뿐이다. 불교 사회에는 부처, 유교 사회에는 공자를 이상적 인간상으로 여겼다. 그 같은 도덕적 인간을 목표로 삼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산업사회의 보통 시민 육성이라는 보통 시민교육의 시대도 지나갔다. 그럼 지금은 기술정보에 능한 기능적 지식인을 키우는 것이 목표일까. 초, 중, 고, 대학, 대학원 과정을 거쳐 어떤 인간으로 자라기를 바라는지, 어떤 사회를 이루기를 원하는지 모르면서, 무엇을 평가해서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잘 가르치는 대학 10곳을 선정해 30억 원씩 주겠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일까. 어떤 인간을 길러,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진짜 기준이 없는데, 무엇을 그토록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돈 채찍을 휘두르는 소리가 요란할수록 의문은 더욱 먼지처럼 불어나 떠돈다. 진짜 기준이 뭘까.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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