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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권의 잇따른 악재, 무엇이 문제인가 /유창선

MBC 인사 파문에 봉은사 논란까지 절제 모르는 권력…오만 같아 걱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23 20:38:1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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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에 악재가 줄을 잇고 있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MBC 인사는 김재철 사장 인사가 아니다. 큰집서 불러다 조인트 까고 해서 한 인사다"라고 말했다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여기자들 앞에서 했다가 여성비하라는 비판이 일자 결국 사과했다.

6·2 지방선거 태풍의 눈으로 불리는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은 검찰이 수세에 몰린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기소 내용과는 다른 증언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대로 가면 무죄가 선고돼 지방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회피 연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을 고소해 여당 의원에게서조차 "웃자고 한 일인데 죽자고 달려든 일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고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정몽준 대표가 4대 강 사업 반대를 천명하고 나선 천주교 주교회의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이은 정부와 종교계 갈등의 확산이다.

최근에 있었던 이런 일들은 물론 저마다 상황이 다른 개별적인 사안들이다. 논란의 당사자들은 단순한 말실수라 하기도 하고,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부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논란의 바탕에서 우리는 집권세력의 오만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권력을 가진 집권세력, 그리고 거기에 속해 일하는 고위공직자들은 언제나 국민의 눈와 귀를 의식하며 몸을 낮추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그러나 '큰집 조인트' 발언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거나, 일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얘기를 꺼내는 모습에서는 국민을 무서워하는 자세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들의 얘기가 듣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겁 없는 발언들이었다.

또한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 드러나고 있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의 흔적들, 그리고 '회피 연아' 동영상에 대한 유인촌 장관의 고소에서는 권력의 무절제한 행사라는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아직 진상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만약 봉은사 직영 전환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명진 스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역시 권력의 부적절한 행사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이처럼 현 정부 혹은 거기에 몸담고 일하는 고위공직자들은 발언하는 데 있어서도 겁나는 것이 없고, 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도 절제할 줄 모르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국민을 무서워하고 국민을 섬기며 일을 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는 결코 개개인의 행동으로 덮고 갈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시점에 왜 이런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지, 이명박 정부가 정권적 차원에서 되돌아보고 심각성을 깨달아야 할 일들이다.

현재 터져나오고 있는 여러 일들은 6·2 지방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야당의 예상대로 태풍이 될지 여부는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여권이 바짝 긴장해야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여권이 제대로 경각심을 갖고 긴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권이 긴장해야 할 것은 단지 지방선거에서 표를 얻는 문제만이 아니다. 국정담당자들이 지금처럼 오만한 모습을 보일 경우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비판자들의 입을 막고 배제하기 위해 무리한 권력행사를 하는 식으로는 결코 권력을 안정시킬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무리수들은 오히려 권력을 흔드는 자충수가 되곤 한다.

권력의 안정은 비판의 목소리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 속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자 한다. 여권이 국정운영 방식의 쇄신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 마지막인지도 모른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이미 때가 늦을 것이라는 점을 미리 말해주고 싶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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