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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종교적 도그마와 과학적 합리성 /이명현

'기독교=권력'이 된 현재 한국 사회… 합리성 회복이 평화·행복을 찾는 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2-22 20:21:1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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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서울 시내 강북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 8대에 흥미로운 광고가 실렸다. 한 반기독교 단체가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광고를 시작한 것이었다. 이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 사회는 한국 개신교의 배타성 때문에 종교의 다양성이 무시당하고 있고, 특히 '예수 천국, 불신 지옥' 같은 극단적인 선동에 일반인들도 불쾌감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인식 아래 버스광고를 통해서 종교 없이도 삶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 한 달 동안 게재하기로 계약되어 있던 이 버스광고는 단 4일 만에 철거되어버렸다. 이 단체에 의하면 광고 철거를 저지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했지만 기독교 단체로부터 서울시와 관계부처 관계자들까지 철거에 가세하는 바람에 결국 광고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무신론 버스광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9년 1월 6일 영국 런던에서였다. 가디언지의 저널리스트인 서니와 영국휴머니스트협회가 일반인들의 기부금을 모아서 런던의 시내버스 30대에 "아마도 신은 없을 것이다. 이제 걱정을 접고 삶을 즐겨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광고를 게재하면서 시작되었다. '만들어진 신'의 저자인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 교수도 '인간의 행복'을 기치로 내건 영국휴머니스트협회의 부회장으로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무신론 버스광고 캠페인은 곧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지역을 벗어나서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전 세계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 이런 광고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무신론 운동이 영국에서 일어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아마도 9·11사태 이후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원리주의가 현실 정치 세계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크게 득세하면서 이라크 전쟁이 터졌고, 그 여파로 런던 등지에서 폭탄테러로 일반인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생기면서 기성종교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무신론 운동의 뿌리는 종교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만큼 더 오래되고 복잡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무신론 버스광고가 기독교계의 반발과 조직적인 방해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광고 자체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어느 분이 최근에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 중에 흥미로운 것이 있어서 소개한다. 지난 12일 다윈의 생일을 맞아서 그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종교로부터의 자유 클럽'이 결성되었다. 이 클럽의 목표는 부모의 종교로부터 벗어나려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 종교적 도그마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 삶에 대한 의미를 깨닫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 촉진, 이렇게 세 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그 학교에는 이미 '기독교 학생 클럽'이 결성되어 활동을 하고 있었다. 두 클럽 간에 적지않은 마찰과 파란을 예상했겠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기독교 학생 클럽'의 지도교사는 오히려 '종교로부터의 자유 클럽'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역 기독교계의 반발과 욕설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지자 그녀는 지역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까지 투고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상대방의 믿음을 존중하며 함께 공존하는 공동체를 만들자. 그 믿음이 내 것과 아무리 다르더라도 말이다."' 그 분의 블로그 글은 이렇게 끝맺음하고 있다. "너무도 평범해서 식상하기까지 한 말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실제로 지키고 사는 일은 혁명적인 멘털리티를 필요로 하는 듯하다." 기독교 학생 클럽의 지도교사는 이러한 내적 혁명을 이룬 사람처럼 보인다. 모든 종교인이 그녀와 같기만 하다면, 세상은 훨씬 더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독교가 곧 '종교 권력'의 동의어가 되어버린 2010년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깊이 귀담아 듣고 함께 고민해봐야 할 말인 것 같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식 회복이고 그 길은 과학적 합리성 회복에 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우리들의 평화와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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