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토마스 텔포드의 구조예술론 /강영조

교량의 우아함은 기술적 개성…장식물 바른다고 생기지 않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20 20:52:45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온천천에 가설된 교량을 새롭게 단장한다는 소식이 조간신문에 실렸다. 나는 그 기사를 읽으면서, 영국의 토목기술자 토마스 텔포드(Thomas Telford)를 떠올렸다. 그는 세계 최초로 토목학회 회장에 취임한 구조기술자로서, 1812년에 에든버러 백과사전의 '다리' 항목에서 "콜브룩데일(Coalbrookdale) 아이언 브리지의 리브와 상판 사이에 있는 주철의 둥근 띠는 재료를 쓸데없이 많이 사용하고 있고, 또 형태도 산만하다"고 하며 세계 최초의 주철교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형태야말로 미학적 법칙으로 결정되어서는 아니 되며, 하중이라고 하는 자연의 법칙과 사회적 요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같은 그의 생각은 새로운 미학의 탄생을 의미했다. 바로 구조예술이다.

그가 내세운 구조예술은 효율성(efficiency)과 경제성(economy), 그리고 우아함(elegance)이라고 하는 세 가지 이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당시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구조 기술자들이 해결하면서 생겨난 것이었다.

먼저 효율성이다. 당시 새로운 공업 생산품이었던 철은 대단히 고가였다. 19세기 기술자들은 그것을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기관차와 같이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무거운 것을 최소한의 금속량으로 통과하도록 하는 교량 형태를 모색해야 했다. 다시 말해서 천연자원을 가급적 절약하는 정신이었다. 구조기술자들은 적은 재료를 사용하여 경간이 긴 다리나 고층 빌딩, 넒은 지붕 등 큰 구조물을 만드는 것을 요청받고 있었다.

다음은 공적 자금을 절약하는 이념이 대두한 것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공공 공사는 의회의 감독하에 있었고 민간 공사는 주주나 실업가의 지배하에 있었다. 따라서 기술자는 늘 효율성과 함께 경제적 조건하에서 일을 해야 했다. 대중의 요구는 저렴하면서 유용한 것을 찾아내라는 것이었고, 구조 기술자들은 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기술을 개발했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개성은 엄혹한 비용 관리 아래에서 개발된 것이다.

최소한의 재료와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구조예술이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보는 지저분한 구조물은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추구한 것이다. 단순한 공식에 따라 설계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다. 거기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의식이 최종 설계 단계에서 포함되어야 한다. 문명이란 구체적으로는 수도, 교통, 주택 등 공공시설이 된다. 그것들의 설계의 효율성, 건설의 경제성, 그리고 완성된 형태의 시각적 질에 의하여 생활의 질이 결정된다. 이 세 가지 이념이 최선을 다해 달성되었을 때 공공시설의 기능은 신뢰를 가지게 되고 나아가서는 예술 작품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텔포드의 구조예술론은 민주적 문명생활을 지탱하는 기본 이념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기에 만들어진 많은 토목 구조물은 비록 우아하지는 않지만 효율성과 경제성이라고 하는 사회적 요구를 당시의 기술자들이 충실하게 실천한 것이다. 표준화된 재료와 경제적인 구조는 도시 기반 시설의 정비를 서두르고 있던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것이 추하다는 생각은 당시에는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지금의 눈으로 보니 새롭게 건설되는 도시와 격이 맞지 않고 또 어설프게 보이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사회가 그 시대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면 새롭게 건설하는 구조물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불어넣어, 우아한 토목 구조물을 만들면 된다. 그렇지 않고 그 교량에 하중과는 무관한 무거운 구조물과 화려한 장식물을 덕지덕지 바른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검소한 그 교량들의 몸에 깃들어 있는 우리 선배 기술자의 노력과 시대정신마저 부정하는 행위다. 또 그렇게 해서 장식된 교량은 우아하지도 않다. 교량의 우아함이란 효율성과 경제성을 극도로 추구했을 때 생겨나는 기술적 개성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공공시설을 정비하는 정신이 된 텔포드의 구조예술론은 공공 디자인의 열풍이 시골 작은 도시에까지 불어닥치는 지금, 시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정책 결정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3. 3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4. 4[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5. 5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6. 6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7. 7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8. 8“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3. 3“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6. 6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7. 7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한동훈, 법무부 장관 재직시 딸 '허위스펙' 수사무마 의혹으로 고발당해
  10. 10“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3. 3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IMF "올해 韓 1인당 GDP 4만3512달러"…부채전망은 대폭 하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3. 3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4. 4울산 울주군 화학제품 제조업체서 불, 대응 1단계 인력 200명 동원 진화중
  5. 5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7. 7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8. 8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9. 9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10. 10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사형 생중계
발탁해놓고 감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감서 국제신문 회생 지연 지적…대주주는 결단하라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개척자 정신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