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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바다 위를 걷는 법 /박창희

북항대교 人道는 상상력 가늠 잣대

선거·그린웨이에도 '상상'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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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용도로는 오로지 자동차만 통행할 수 있는 도로다. 인도(人道)나 횡단보도 같은 시설을 허용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통행의 효율성과 예산 절감을 위한 도로지만, 나쁘게 말하면 인간을 거부하는 도로다.

부산의 얼굴이랄 수 있는 광안대교와 지난 연말 개통된 을숙도대교(옛 명지대교), 공정률 25%인 북항대교가 모두 자동차 전용도로다. 걷는 사람들에게 이들 도로는 그림의 떡이다. 걷고 싶어도, 가고 싶어도 못 간다. 다짜고짜 들어갔다간 도로법 62조에 걸려든다. 자동차 전용도로의 '전용'이란 딱지는, 목적 수단 외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그래서 문명의 전제주의(專制主義) 혹은 개발주의의 산물로도 읽힌다. 인간과 함께 가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돌파구가 없을까.

모처럼 유쾌한 제안이 나왔다. 지난 19일 열린 '그린웨이 기본계획 수립 용역' 2차 보고회에서 제기된 '북항대교를 걷게 하자'는 아이디어다. '꿈꾸는 소리' 같지만, 간단히 보아 넘길 사안은 아니다. 부산이, 부산을 위해 뭔가 신나는 상상력을 펼칠 기회로 보면 그렇다.

북항대교는 부산 영도구 청학동~남구 감만동 간 5.77㎞를 잇는 대형 민자 토목사업(총사업비 5384억 원)이다. 2013년 완공되면 부산항의 지도가 바뀐다. 이런 명당이 없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다리가 지나는 지점은 정확히 부산 북항의 목이다.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의 거대한 위용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외해로는 오륙도가 코앞이다. 망망대해의 경관은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다.

아깝지 않은가, 이런 훌륭한 공간(경관)을 차를 탄 채 휙휙 지나가 버린다는 것이. '바다 위를 걷게' 만든 일본 도쿠시마(德島)의 오나루토교(大鳴門橋)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이참에 북항대교를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모아졌으면 한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둘 것이냐, 사람이 함께 걷는 명품 교량을 만들 것이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는 단순히 교량 이용 방법의 문제를 넘어 부산의 변화와 상상력 수준을 가늠하는 일일 수 있다.

발상을 전환해 봐야 할 것은 비단 북항대교만이 아니다. 일전에 서울의 한 방송사 동료는 "부산은 왜 상상하지 않는가"하고 물었다. 무슨 답을 할 수 있겠는가. 이게 숨길 수 없는 부산의 현실이다. 다가오는 선거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한나라당 독식구조라지만, 부산시장의 경우 당내 경선의 판도조차 꾸려지지 않는다고 한다. 심각한 경쟁력 상실의 단면이다. 부산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리더십과 비전 없이 무슨 수로 일류 세계도시를 만든단 말인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와 각 구·군은 지난해 '걷고 싶은 길(그린웨이)'을 많이 냈다. 건강을 지키고 생태적 삶을 유도하면서 관광자원화 하는 데 산책로만한 것이 없다. 그린웨이는 확실한 21세기 트렌드다. 선거가 또한 길이다. 진부한 얘기 같지만, 선거를 선거답게 만드는 폭풍이 일어났으면 한다. 참신한 인물들이 나와 부산의 미래 비전과 국토의 그랜드 디자인을 놓고 토론하고 약속하는 풍경을 보고 싶은 거다.

걷고 싶은 길(그린웨이)도 시야를 넓혀 보자. 부산의 해안과 강, 숲길을 연계하는 그린웨이가 우선돼야 하겠지만, 동·남해안을 연결하는 국토 대트레일을 부산이 하루빨리 기획해야 한다. 나아가 동해안을 따라 두만강 녹둔도까지 이어지는 1300㎞ 통일 대트레일을 구상해야 한다. 360만 대도시라면 응당 생각해야 하는 발상이다.

그래도 상상이 안 된다면, 세리 스파크(www.serispark.org/삼성경제연구소 부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라. 영감의 씨앗이 충돌하고 상상력이 충전되며 창조적 유전자가 배양되는 현장을 목도할 수 있다. 삼성의 경쟁력이 '생각의 물구나무서기(역발상)'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항대교에 보행로를 열자는 제안은 '바다 위를 걷는' 길을 여는 일종의 마중물이다. 마중물은 때로 창조의 샘이 된다.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다 위를 걷는 법'을 배워두면, 최소한 물에 빠질 염려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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