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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척도 과학 /성대동

경제나 과학에서 완전한 기준 없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어쩌면 다행일지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04 21:08:3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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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나 말은 곡식을 사고팔 때 쓰던 계량기이다. 옷감을 살 때는 자를 사용하고, 쇠고기를 살 때는 저울을 사용한다. 이런 계량기들은 항상 기준을 갖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계량기의 척도는 미터법을 쓰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미터법 보급이 잘 되지 않아 거리에는 마일을 사용하고, 무게에는 파운드라는 척도를 사용한다. 척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래에서 재화를 주고받는 기준을 제시한다. 지금은 척도가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넘어 이제 국가 간 거래에서도 기준이 되기 때문에 국가 간의 이해에 직결된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두고 세계가 지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국이 통화를 교환할 때 기준이 되는 게 환율이다. 유럽과 미국은 위안화 절상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중국은 계속 묵살하고 있다. 미국은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자국의 경제를 살리려 하고 유럽과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굳혔던 것은 미국의 경제가 튼튼했고 언제든지 태환이 가능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사용하는 달러화의 기축통화는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에 기초한 것으로 달러화 이전에는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영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효과가 감소하자 기축통화가 미국 달러화로 옮겨 간 것이다. 영국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 사용되기 전에는 금이 기축통화의 구실을 하였다.

과학에서도 척도의 변화는 가끔 일어난다. 우리가 사용하는 원자량도 처음에는 가벼운 수소원자를 기준으로 하다가 수소원자가 서로 다른 형태인 동위원소로 세 종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준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고 지금은 탄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 정한 기준은 과학에서나 경제에서나 완전하지는 않다. 한 나라의 경제를 좌우하는 통화문제는 단순한 척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문화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에 꾸준히 압력을 가하는 위안화 절상이 제대로 안되면 결국은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현상이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화전쟁 일보 직전까지 갈 것이 예상된다.

인간관계에서도 서로의 신뢰관계를 통계적으로 나타내는 척도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개개인의 성격, 심리적 상태 및 살아온 배경, 경제적 수준 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정확한 근거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변수들을 파라미터로 두고 수학적 기법으로 처리하는 몇몇 방법들이 보고되고 있다. 가족 간, 친구 간, 각종 사회조직에서의 인간관계는 가정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를 부드럽게 하고 국가를 융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서점가에는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다. 이는 리더의 역할을 계량화하는 척도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리더의 역할을 다룰 때 주로 사용하는 덕목들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식과 역량의 활용능력, 관리기술, 전문적 기술 등을 제시하고 있다. 리더가 될 수 있는 덕목들을 계량화하고 통계적으로 처리할 수만 있으면 리더를 뽑는 것도 과학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아직은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에 비추어 리더들을 뽑고 판단한다. 리더들도 구성원들의 능력을 계량화할 수 있는 척도가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 최근 여러 분야에서 능력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고 인사에 반영하는 조직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때 반영하는 능력이라는 잣대가 늘 문제가 된다. 척도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원 평가나 기업에서 실시하는 사원의 평가 등에서 정확한 잣대가 되는 척도가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척도가 없는 것이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척도로 완벽하게 잴 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아직은 척도로 잴 수 없는 슬픔과 분노의 감정도 필요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보듬는 따뜻한 사랑도 필요하고 한 폭의 그림도 필요하고 심금을 울리는 노래도 필요하다.

동아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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