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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백년대계와 세종시 /이재호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 제쳐두고 국가의 미래를 논할 수 있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22 20:28:2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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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사회의 화두는 백년대계이다.

정부에서는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수도분할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수도권의 국가원로들은 행정부처를 세종시에 옮기는 것은 백년대계에 비추어 옳지 않다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약속과 신뢰보다도 국가 백년대계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원로들은 백년대계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연작(燕雀)이 대붕(大鵬)의 뜻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세종시 문제는 우선 국가 백년대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은 후에 논의하는 것이 일의 순서에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일 년의 계획은 새해아침에 있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데 있고 백 년의 대계는 사람을 키우는 데 있다"는 옛말이 있다. 중국 당태종 때의 명신 위징은 "현명한 군주가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백년의 세월이 필요하지 않겠소"라는 당태종의 물음에 "밝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소리가 금방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것과 같아 1년이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고 3년이면 너무 늦습니다. 그런데 백 년을 기다릴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대답하였다. 이것은 지도자가 백 년 후가 아니라 당대의 소임을 잘 처리하면 된다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100년 전 조선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오늘의 한국사회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100년 후의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시기를 경영할 인재를 키워가는 일이다.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한국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인구증가율은 세계 최저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200년 후 한국의 인구는 500만 명으로 줄어든다. 국내총생산이 인구와 1인당 노동생산성의 총합이라면 성장이나 경쟁력을 말하는 것도 공허하게 들린다. 수도권 집중으로 발생한 서울의 주택난과 집값 폭등은 88만원세대라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미래를 잃어버린 세대로 만들고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과도한 사교육비 때문에 자녀를 낳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세계는 무한한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나 밖에 없는 지구의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은 인류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계층의 양극화로 서서히 몰락해가는 중산층, 지역의 양극화로 피폐해가는 지방의 문제를 방치하고서 100년 후 한국이 온전한 국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시대의 과제는 양극화 해소일 것이다. 세종시 문제는 지역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9개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반대하는 논거는 수도분할론이다. 헌법재판소는 과천에 있는 일부 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수도분할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이 서울에 있는데 일부 행정부처를 옮기는 것을 수도분할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권력, 경제, 사상까지 서울이 독점해야 한다는 조선시대적 발상이다.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있는 조선시대가 수도분할론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는 면적이 605㎢이며 인구는 1000만 명이다. 베이징의 면적은 서울의 30배인 1만6800㎢이며 인구는 1500만 명이다. 도쿄는 면적이 2200㎢이며 인구는 1200만 명이다. 뉴욕은 면적이 1만4000㎢이며 인구는 1900만 명이다. 서울이 인류역사상 가장 과밀한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이 도시에 사는 서민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열악할 것인가.

수도권의 과밀은 국가안보에도 문제가 된다. 핵을 가지고 서서히 망해가는 북한에 어떤 모험주의 세력이 등장할지 예측할 수 없다. 유사시 서울이 혼란에 빠지면 국가가 마비된다. 안보가 있은 후에 통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세종시를 자족도시 기업도시로 만든다는 방안도 나오지만 자족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도시는 상호의존적이다. 기업도시를 만든다고 기업에 분양가를 낮추어 토지를 공급하는 것은 토지공사가 조성한 토지는 시가나 조성원가로 분양해야 한다는 '산업입지법'에 위반되어 법체계에 혼란이 온다.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라는 무형적 손실은 측량할 수도 없다.

어느 모로 보아도 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론은 타당하지 않다.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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