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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한국 무용에 반한 샤키라, 한국 영화에 반한 멕시칸 /장혜영

세계가 먼저 알아본 독특하고 아름다운 한국문화의 창조물 제대로 대접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09 20:28:58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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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키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기 절정의 콜롬비아 출신 여성 뮤지션이다. 아버지가 레바논계라 아랍어 이름인 '샤키라'와 스페인어식 이름인 '이사벨'을 이어 붙인 본명을 갖고 있는데, 특이한 느낌의 첫 번째 이름만 예명으로 쓰고 있다. 그녀는 '꿈비아'라는 독특한 춤과 음악의 본산지인 '바란끼야'가 고향이라 어려서부터 꿈비아를 췄을 뿐 아니라 아랍 춤도 완벽하게 익혀 웬만한 전문 무용가들도 울고 갈 화려한 춤 솜씨를 자랑하는데, 그런 샤키라가 최근에 내놓은 신곡에 한국의 북춤(삼고무)을 사용해 화제가 되었다. 그녀의 말인즉슨 뭔가 새롭고 신선한 춤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한국 무용을 보고 홀딱 반했다는 것이다. 어쩜 이리 멋진 춤이 다 있냐며 자기 공연에 LA의 한 한인 무용단을 참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직접 배워서 함께 추고 있다.

멕시코에서 한국의 김기덕 감독은 거장급의 대우를 받는다. 그의 영화는 시내에 즐비한 복합 상영관에서 일제히 개봉할 뿐만 아니라 정식 DVD 출시는 물론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불법 복제 CD들 중에서도 그의 작품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여러 시네마테크나 독립 영화관에서도 '김기덕 감독 특별전'을 자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영화 마니아들은 그의 대표작들을 거의 섭렵하고 있다. 그의 작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을 감동적으로 봤다는 얘기는 한 두 명한테 들은 게 아니고, 비교적 초기작이자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받았던 '섬'(2000)을 아주 인상적으로 봤다며 김기덕 마니아를 자처하는 멕시코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이베로아메리카 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루이스 베르가라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비롯한 많은 한국 영화를 본 영화광인데 그 동안 영화만 보았을 뿐 한국의 언어에 대해서는 생각을 않고 있다가 그의 한국인 제자가 쓰는 글자가 예쁘게 보여 호기심에 한글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고 한다. 그 결과 서양어권의 알파벳처럼 24개의 자모를 갖고 있는 한글의 표현 체계가 너무도 과학적이라 신기하기까지 했다며 어떻게 이런 뛰어난 언어 표기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놀랍다고 했다. 그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에게 한글로 된 무언가를 선물하려 했는데 한국서 갖고 온 것들을 보니 영어가 쓰여 있거나 아니면 한문으로 쓰인 것뿐이었다. 결국 한인 가게를 통해 한글이 무늬처럼 찍혀 있는 볼펜을 어렵사리 구해서 그 한글을 사랑하는 교수에게 선물을 했는데 '이게 무슨 내용이 쓰인 것인가' 하고 묻는 그의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한글 무늬는 초기 훈민정음 시절의 한글 고어라 그런 한글 고서들을 배운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문화는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가치를 지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전통 무용의 대를 이으며 지켜온 사람들은 평생 가난에 시달리다 작금엔 전수할 후계자조차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지닌 작가적 감독은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개봉관을 잡지 못해 분노의 눈물을 흘리고, 우리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한글은 영어 교육 열풍과 세계화 논리에 밀려 과다한 외래어 사용으로 변질되고 있다. 한국의 영어 광풍을 몰고 온 세계화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저작권 시대의 도래였다. 언어, 예술, 지식, 새로운 아이디어, 캐릭터 등 무형의 지적 재산들에 경제적 가치가 매겨지기 시작하면서 자국 문화의 창조물들을 전 세계에 독점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강대국에서부터 먼저 저작권법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 어디서도 따라 할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지적 재산을 무궁무진하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개발할 생각을 않고 있다. 세상 어디에서도 출 수 없는 춤을 추는 사람들과, 세상 어디와도 다른 독특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 그리고 세상 모든 음성언어를 표기할 수 있다는 독특하면서도 체계적인 문자를 갖고서도 그것들을 지원하고 발전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저 한 치 앞만 보지 말고 좀 더 긴 안목으로 다가올 문화 전쟁의 시대를 준비해야 될 때가 아닐까?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대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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