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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잊지 못할 광안리 해변 결혼식 /서진

궂은 날씨 때문에 마음 졸였지만 아름다운 추억…삶의 활력소 되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27 20:42:5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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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온통 머릿속에는 날씨 걱정밖에 없었다. 비가 올 확률 80%. 남들처럼 예식장에서 했다면 '결혼식 날 비가 오면 신랑 신부가 잘 산다'는 속 편한 이야기를 떠올렸겠지만 우리는 사정이 달랐다. 결혼식장을 따로 잡지 않고 광안리 해변 야외무대와 백사장에서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도 광안리 해변이고, 상품 찍어내듯 치러지는 예식장 결혼식은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신부는 한복이 더 잘 어울리기 때문에 전통혼례를 올리기로 했던 것이다. 청첩장도 이미 돌렸고, 이벤트 회사의 준비도 다 되었고, 음식점 예약까지 다 끝난 마당에 비가 온다는 예보는 걱정을 최고치로 올려 주었다.

다행히도 아침에는 하늘에 해가 약간 비치면서 날씨가 개는 듯했다. 신부와 화장을 하러 간 사이에도 하늘은 짙은 구름만 꼈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예식은 오후 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고 열두 시에 장소에 도착하자 손님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미리 준비한 색동 현수막도 걸려져 있고 진행을 맡은 친구들은 의자배치와 텐트 설치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친구들을 즉석에서 일꾼으로 변신시켜 교자와 가마를 들고 백사장을 출발해 무대로 향했다. 손님들은 물론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과 아이들, 외국인들도 신기한 듯 사진을 찍어댔다. 집례는 우리가 평소에 존경하는 차재근 부산 문화예술교육협의회 회장님이 서 주셨다. 전통혼례 주례가 처음이라 미리 자료조사를 해오셔서 식의 의미에 대해 손님들에게 재미나게 설명을 잘해주셨다.

식 중에는 사실 정신이 없었다. 결혼식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하라는 대로 손을 씻고, 절을 몇 번 하고, 술을 마시고 또 절을 했을 뿐이다. 내 신경은 온통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점점 짙어지는 구름으로 쏠려 있었다. 바람이 점점 거세져서 초례상 뒤의 병풍은 아예 세울 수도 없었고, 초례상이 거의 날아갈 뻔해서 도우미가 상을 꽉 붙잡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그 때 사진을 보면 신부는 방긋 웃고 있는데 나의 얼굴은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결혼의 의미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구 오소영이 축가를 멋지게 부르고 단체 사진을 찍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모든 걱정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 때 사진을 찍었더라면 표정이 좀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이제 결혼한 지 3주가 지나간다. 나는 유부남이 되었고, 아내 강선제(문화잡지 보일라 편집장)는 유부녀가 되었다고 서로 놀리기는 해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 같이 살아왔던지라 신혼이라는 것에 대단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지 남과 조금은 다르게 식만 올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미묘하게 달라진 건 있는 것 같다.

우리를 알고 있는 친척들과 친구들, 그리고 일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공식적인 남편과 아내로 인정하고 축하해 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더 이상 서로를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소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언제 결혼하는지,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와 같은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좋다. 아버지의 심한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축복이다.

그러나 슬며시 솟아오르는 책임감은 어쩔 수 없다. 아내 뿐만 아니라 양가 부모님, 앞으로 생길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결혼식 날 비가 내리지만 않으면 좋겠다던 간절한 소망이 굉장히 소박한 것으로 느껴질 정도다. 준비가 덜 된 아이가 어른 자격증을 따서 가짜 어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원래 결혼을 하면 그런 느낌이 드는지는 차차 이미 유부남이 된 친구들을 만나서 물어봐야겠다.

결혼식에 참석해주신 지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 잘 사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겠지만, 아마도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 우리다운 결혼식을 한 것처럼 우리답게 잘 살아볼까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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