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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영조와 세종, 그리고 현대인 /변영상

식생활 습관이 가른 세종과 영조의 수명

거친 음식·운동 병행…진정한 참살이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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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들 가운데 특히 세종과 영조의 평소 건강 등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 27대 임금의 평균수명은 약 47세, 일반 백성은 44세인데 이의 배 가까운 83세로 생을 마감한 최장수 왕이 바로 영조다. 의술이 취약했던 당시도 당시지만, 현재 78세쯤 되는 한국인의 평균수명과 비교해서도 대단한 천수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았던 세종은 53세를 살았다. 비록 당대 평균은 넘겼지만 태평시대 왕의 수명으로서는 짧은 편이다. 어느 왕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인 통치기간을 보낸 공통점이 있는 두 임금의 수명은 왜 이렇게 크게 엇갈렸을까.

조선 왕들의 질병과 식생활 등을 다룬 몇몇 의학논문을 찾아보면 임금의 수라상은 아침 점심 저녁에 오전 7시 이전 초조반과 잠들기 전 야참 등 5번이었다. 12가지 반찬과 각종 탕, 육류 등 그릇 수만 30여 개에 달하는 산해진미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수라상은 성인 남성의 하루 섭취 권장량인 2300~2500칼로리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매일 고칼로리를 섭취하면서도 운동량은 극히 적어, 우수한 귀족 혈통으로 태어나 최고의 의료혜택을 받았음에도 많은 왕이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임금이 '질병의 백화점'인 세종이고, 이분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무병장수'에 가까운 왕이 영조였다.

두 임금의 엇갈리는 식생활습관은 '100세 건강 여명'을 꿈꾸는 현대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신종플루 등 새로운 바이러스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평소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지금 새삼 눈여겨 볼만하다. 영조는 무엇보다 하루 5번인 수라를 3번으로 줄여 소식을 했고, 백미 대신 현미와 잡곡 등 '거친 음식'과 채소를 즐겼다. 당시엔 몰랐겠지만 이런 영조의 밥상을 현대 의학으로 분석하면 섬유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웰빙식이라고 한다. 요즘 건강 비결의 하나로 '지중해 식단'이 주목받는데 견과류, 불포화지방 생선과 함께 권하는 것이 현미처럼 겉껍질만 벗긴 통곡물과 이로 만든 빵과 야채다. 이 식단은 심장질환, 동맥경화, 고혈압 등을 예방하고 당뇨병 혈당관리에 최고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온 바 있다. 선견지명 있는 영조의 차별화된 식단이 아닐 수 없다.

정사에 바빠도 밥 때는 꼭 지켰고 야참은 입에 대지 않았으며 짬날 때마다 활쏘기와 산책을 즐긴 영조와 달리 세종은 '고기가 없으면 수라를 들지 못했다'는 기록에서 보듯 화려한 밥상을 선호했다. 그러면서도 운동과 당시 왕들이 즐겼던 사냥조차도 좋아하지 않아 비만한 체구였다. 세종실록에 나타난 그의 질환은 50여 개. 두통, 풍병, 종기 등 다양한 병으로 고생했는데 가장 치명적인 질환은 당뇨병(소갈증)이었다고 한다. 당뇨병은 과도한 음식 섭취에 운동이 부족해 생기는 만성질환으로, 심뇌혈관 질환 등 많은 합병증을 가져와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세종은 40대부터 안질을 자주 앓았고 증세 악화로 실명단계까지 갔는데 이 또한 당뇨 합병증인 망막병증으로 현대의학은 추정한다. 당뇨병은 현재까지도 완치 치료법이 없어 관리가 중요하다. 정상혈당을 유지하려면 식생활 개선과 체중조절이 필수적인데 이 사실을 당시 의술로서는 알 턱이 없었던 게 세종의 불행이었다.

임금 수라상이나 현대의 서구화된 밥상의 공통된 문제점은 '영양 과잉'이다. 이런데다 운동 부족, 스트레스, 흡연, 음주가 겹쳐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명과 비례해 질병도 다양해 지면서 인공 심장·혈관·관절·뼈·신장이 등장했고, 인공 망막·피부·간 등이 연구 중이다. 자칫 건강을 놓치면 이런 인공물에 의존해야 하는 '인조인간'이 되기 십상이다. 100세 시대를 향해 가면서 중요한 것은 연령 그 자체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사는가이다. 병석에 누워 20~30년 더 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고, 예나 지금이나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해소는 건강의 필수 조건이다. 수많은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 지금, 이 상식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길 때다. 때맞춰 국제신문이 부산시, 부산의사·약사회와 공동으로 '건강 부산, 100세 프로젝트'을 펼치고 있다. 올가을엔 영조 임금의 참살이를 한번 본받아 보자. 빠르면 빠를수록 보상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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