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자동차를 떠메고 걷다 /박창희

문명의 利器 자동차 1대가 1시간 달리면 9명분 하루 산소 소모

뜨거운 자동차 문제…걷기에서 대안 찾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전에 지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출발부터 기분이 살짝 들떴다. 부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를 거쳐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해 생초IC(산청군)로 빠진다. 지리산 북쪽 기슭인 함양 마천을 지나 남원 인월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다. 지리산 가는 길이 확실히 빨라졌다.

인월의 지리산길 안내센터 공터에 차를 댄다. '잘 쉬고 있어 갔다 올게.' 배낭을 간편하게 만들어 도보에 나선다. 남천이 도반처럼 따라 흐른다. 발에 전해지는 흙길의 감촉!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살갗의 세포가 열리고 땀구멍이 숨을 쉬는 듯하다. 2박3일간 이렇게 즐길 참이다. 그런데 머리 한구석에 기계 하나가 얹힌 채 따라다닌다. 차다. 누가 긁지나 않을까, 견인해가지는 않을까, 실내등은 껐던가….

인월~금계(함양군) 구간(16.7㎞)을 가뿐하게 걸었다. 땅거미가 진다. 저 산너울이 춤추듯 실루엣을 그려낸다. 이제 컴백할 시간. 버스는 없다. '차를 어떻게 가져오지?' 잠시 고민하다 콜택시를 부른다. 안내센터에서 일러준 대로 인월택시를 이용하니 조금 싸다. 택시비 1만6000원. 차를 몰고 금계 쪽으로 다시 내려와 숙소를 구한다.

다음날 금계~동강 구간(11.2㎞)을 걷고, 그 다음날은 동강~수철리 구간(10.9㎞)을 나릿나릿 걸었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주차→걷기→택시이용을 반복했다. 수철리에서 돌아올 땐 꼬부랑 산길 탓에 택시비가 무려 2만500원이 나왔다. 이렇게 해서 3일간 택시비만 5만1500원을 썼다. 실컷 걷고 왕창 택시비를 쓴 꼴이다. 허참~ 잠시 헛웃음이 나왔다.

'웬수'같은 자가용이지만 그렇다고 갖다 버릴 수는 없다. 버리다니! 자동차가 얼마나 편리한 이기(利器)던가. 때론 애마가 되고 때론 애인이 되는 차. 딜레마다. 걷기 위해 차를 타고, 차를 타고 가서 걷는다. 걷기의 방식과 습관을 고쳐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편리함의 유혹이 마약보다 더 무섭다.

자동차와 걷기는 병주고 약주는 관계다. 상호보완적이면서 길항관계다. 자동차 1대가 1시간을 달리면 산소 9㎏을 소모시킨다. 성인 남자 9명이 하루를 살 수 있는 양이다. 이만큼의 산소를 생산하려면 20만㎡ 넓이의 숲이 필요하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자동차는 지구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자동차 때문에 망가지는 건 공기와 물만이 아니다.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적 삶이 자동차 중심의 생활로 인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자동차가 일으키는 사고는 그 다음 문제다. 편리함을 얻는 대가로 자동차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번 미국·이라크 전쟁 때 작가인 고 권정생 선생은 "전쟁이 밉고 싫다면 자동차부터 버릴 생각을 하라"고 일침을 놨다. 석유전쟁의 본질을 직시하라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정부나 언론에서 거론하는 자동차 문제는 기껏해야 교통혼잡이나 급발진 정도다. 그리고 대책이라고 내놓는 게 도로 확충이다. 도로 확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중학생만 돼도 안다. 도로 확충이 자동차 산업과 연관돼 있고, 자동차 산업이 광고·소비산업과 교묘하게 엮여있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자동차 문제를 도로 확충으로 해결하려고 해선 가망이 없다는 얘기다.

한 가지 확실한 대안은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생태계 파괴 문제, 공동체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열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은 어쩌면 쉽다. 차를 '버리는' 것이 어렵다. 걸으러 갔다가 차 때문에 택시비를 왕창 썼다면 차를 '떠메고' 걸은 것이다. 미련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달마나 마조, 임제 같은 선승들이 매달렸던 화두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강을 건넜으면 나룻배는 버리게나!' 나룻배를 짊어지고 다니려니 삶이 무겁다.

버리기가 어렵다면 헤어지는 연습이라도 필요하다. 오래 사귄 옛 사랑(자가용)을 과감히 '차 버리고' 홀로 걷는 법을 배우자는 말이다. 편리함과 작별하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있어야겠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비싼 택시비 물고 배운 작은 지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도청도설] if, 손아섭
  3. 3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4. 4[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5. 5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6. 6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9. 9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10. 10[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3. 3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4. 4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8. 8[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